서 론
비탈면에서 발생하는 붕괴는 일반적으로 비탈면 경사, 절개 형상, 배수 조건, 강우와 같은 외적 요인이나 시공 품질 문제를 중심으로 해석됐다. 이에 따라 조사·설계 단계에서는 지표조사와 제한적인 시추조사를 기반으로 한 안정성 평가가 수행되며, 붕괴 이후의 원인 분석에서도 유사한 조사 기법이 반복 적용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은 지표면이 피복된 지역에서 심부의 구조적 약대를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지닌다. 특히 대규모 단층에 인접한 지역은 손상대와 파생 단층이 넓은 범위에 걸쳐 발달하며, 암반의 파쇄와 물성 저하를 통해 비탈면 안정성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되어 왔다(Chester et al., 1993; Faulkner et al., 2010).
연구 대상 비탈면은 양산단층대에 인접한 지역에 위치하며, 재해복구사업을 통해 2023년 2월 15일 준공된 이후 같은 해 7월 19일 오전 5시 40분경 붕괴가 발생하였다. 붕괴 당시 일 강수량은 115.5 mm, 시간당 최대 강수량은 26.5 mm로 기록되어 단기간의 집중호우가 붕괴를 촉발한 요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비탈면 조성 과정에서 비탈면 구배가 완화되었고 배수 시설이 설치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강우와 배수 조건만으로 붕괴 원인을 충분히 설명하기는 어렵고 붕괴 이전부터 잠재된 취약 구조가 작용한 것으로 추측된다.
대규모 단층대에서는 주 단층에서 이격된 구간에서도 분절에 의한 파생 단층과 손상대가 발달할 수 있으며, 이러한 구조는 지표에서 뚜렷한 단층 지형을 형성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조사·설계 단계에서 인지되기 어렵다(Choi et al., 2024a, 2025a, 2025b). 또한 단층 손상대에서는 암반 파쇄와 차별 풍화가 집중되고, 투수성 증가와 역학적 강도 저하가 함께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인 특징이다(Choi et al., 2021a, 2021b, 2025a). 이러한 조건에서는 기존의 조사방법으로 구조적 약대와 심부 연장성을 평가하는 데 한계가 있다.
중력장 해석은 지하 밀도 분포의 불균질성을 바탕으로 지층과 지질구조의 경계를 추적하는 탐사 기법으로, 지표에서 직접 확인되지 않는 심부 구조를 간접적으로 파악하는 데 활용되어 왔다(Choi et al., 2021a, 2021b, 2023, 2024a, 2024b, 2025b). 심부 지층의 중력효과를 제거한 잔여중력이상(residual gravity anomaly)은 천부 지층의 밀도 변화를 파악할 수 있으며, 중력 미분과 곡률 분석은 단층, 전단대, 밀도 경계와 같은 선형 구조를 효과적으로 가시화한다(Götze and Lahmeyer, 1988; Roberts, 2001). 최근에는 중력장 해석과 3차원 밀도 모델링을 결합하여 활성단층이나 지표에서 확인되지 않는 구조적 불연속대의 공간적 규모와 심부 연장성을 평가하려는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Choi et al., 2021a, 2021b, 2023, 2024a, 2024b, 2025a, 2025b).
이 연구는 양산단층대에 인접한 도로 비탈면 붕괴 사례를 대상으로, 지형·지질환경·지구물리 데이터를 통합하고 중력장 기반의 3차원 밀도 수치해석을 적용하여 조사·설계·시공에서 인지되지 않았던 지질이상대의 특성과 공간적 규모를 규명하고자 하였다. 이를 통해 붕괴 원인을 지구물리학적 관점에서 해석하고, 대규모 단층대 인접 지역에서 수행되는 비탈면 조사·설계 및 재해 저감 전략 수립에 중력장 기반 해석을 적용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하는 데 목적이 있다.
연구지역
대상 비탈면은 경상남도 양산시 상북면 석계리 일원에 위치하며, 한반도 남동부를 대표하는 취성전단대인 양산단층대에 인접해 있다(Fig. 1a). 양산단층은 단층핵을 중심으로 수백 m에서 수 km 폭의 파쇄대가 발달하는 대규모 단층으로 알려져 있으며, 전단 변형 과정에서 형성된 전단단열과 파생 단층이 복합적으로 분포하는 구조적 특성을 보인다(Um et al., 1983; Chough et al., 2000; Kim et al., 2002, 2004; Ryu et al., 2006; Choi et al., 2021b, 2023; Yu et al., 2023).
암종은 백악기 유문암질응회암(Fig. 1b의 Kwba)과 백악기–제3기 불국사화강암(Fig. 1b의 Kbgr)이 암종 경계를 이루고 있다(Fig. 1b)(Lee and Kang, 1964; Kim et al., 1998). 이 지역에 분포하는 유문암의 밀도는 약 2.70–2.72 t/m3의 범위를 나타내며, 불국사 화강암의 밀도는 약 2.60 t/m3 정도이다(Park et al., 2009; Kim et al., 2019). 밀도가 다른 암종 경계부는 단층 작용과 연관된 구조 교란과 차별 풍화가 발생하기 쉬운 지질 환경을 형성한다. 특히 단층 손상대에 포함된 암반에서는 암종 경계와 무관하게 국지적인 물성 저하가 나타날 수 있어, 비탈면 안정성 측면에서 불리한 지질 조건이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
드론을 이용하여 촬영한 정사영상(Fig. 1c)에서 비탈면은 다단 절개 형태로 조성되어 있으며, 붕괴는 비탈면 전반에 걸쳐 발생하기보다는 특정 구간에 국지적으로 집중된 양상을 보인다. 이러한 붕괴는 비탈면 경사, 절개 높이, 배수 조건과 같은 공학적 요인만으로 설명하기보다는, 지질구조적 요인이 국지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따라서 연구지역은 양산단층 손상대의 영향 범위에 속하는 비탈면으로, 중력장 해석의 관점에서 붕괴 원인을 검토할 필요성이 높은 대상지로 판단된다.

Fig. 1.
(a) Regional topography showing the Yangsan fault systems in southeastern Korea and the location of the study area adjacent to the Yangsan Fault. (b) Geological map of the study area, (c) UAV orthoimagery of the artificial roadside slope, showing the overall slope geometry, constructed benches, and the location of the collapse area.
연구방법
지질환경정보와 중력이상
대상 비탈면은 다단식 절개 비탈면으로 총 7개의 소단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붕괴는 비탈면 중앙부에 해당하는 ④번 소단에서 발생하였다(Fig. 2). 붕괴 원인 분석을 위한 현장조사는 붕괴 구간과 그 주변을 포함하도록 범위를 설정하여 시추조사, 전기비저항탐사, 중력탐사를 병행하였다.
심도별 지층 분포와 암석의 기준 밀도를 확인하기 위해 붕괴부 인근 2개 지점에서 시추조사를 실시하였다(Fig. 2의 SB-1, SB-2). 주상도는 초기 밀도 모형의 제작에 반영하였으며, 암석시편을 이용하여 측정한 풍화대 지층의 밀도(2.10–2.30 g/cm3)와 연암 밀도(2.50–2.60 g/cm3)는 순산법 수치해석의 참고자료로 활용하였다.
전기비저항탐사는 붕괴 구간 하부의 지층 구조와 연속성을 파악하기 위해 비탈면 장축 방향으로 두 개의 측선(Fig. 2의 Res-Ln-1, Res-Ln-2)을 따라 수행하였고, 등비저항도는 지하수 포화대, 풍화대 및 중력장 해석 결과를 해석하는 보조 자료로 사용하였다. 또한 드론 기반 디지털 매핑을 통해 고해상도 정사영상과 지형 자료를 구축하고, 비탈면 형상과 붕괴 위치를 파악하였다.
중력장 해석은 지반조사에서 인지하기 어려운 지질이상대의 기하학적 특성과 심부 연장을 규명하기 위한 핵심 기법으로 적용하였다. 현장탐사는 비탈면 전역의 밀도 구조를 비교하기 위해 상·중·하부를 포괄하도록 수행하였으며, 측점 간격은 약 10–20 m로 정밀 중력장을 구축하였다(Fig. 2의 원). 지반의 내부 밀도를 계산하기 위해서는 측정한 중력을 부게이상으로 보정해야하며 계산에 사용한 부게판(Bouguer plate)의 밀도는 한반도 남부의 평균 밀도인 2.67 g/cm3를 적용하였다(Choi et al., 2021a, 2021b). 이렇게 계산한 단순부게이상(Simple Bouguer Anomaly, SBA)은 지형에 의한 영향을 포함하고 있으며 지반 내부의 밀도에 의한 중력효과만을 계산하기 위해서는 지형보정(Terrain effect)이 필요하다. 지형보정은 연구진이 개발한 보정 프로그램(GR3)을 이용하여 완전 부게이상(Complete Bouguer Anomaly, CBA)을 계산하였다. 한편 완전부게이상은 심부 지층의 장주기 성분과 천부 지층에 의한 단주기 성분을 포함하고 있으며, 붕괴가 발생한 천부지층의 중력 성분을 추출하기 위해 장주기 성분의 파장 분리(wave length filtering)와 고속 푸리에 변환(Fast Fourier Transform, FFT)을 이용하여 약 -50 m 이하에 분포하는 심부 지층의 중력효과를 제거하여 잔여중력이상을 계산하였다. 잔여중력이상은 붕괴와 연관된 지층 밀도를 구체화하기 위한 3차원 밀도 모델링의 입력자료로 활용하였다.
잔여중력이상(Residual anomaly Field)
중력장 해석은 역산과 순산 방식으로 구분되며 역산 방식은 곡률, 오일러 디컨볼루션 등과 같이 측정한 중력 값들을 해석하여 원인이 되는 지각 물질의 지구물리적 성질(예, 밀도, 대자율)을 규명하는 것이다(Choi et al., 2021a, 2021b, 2023). 이와 달리 순산 방식은 지질환경정보로부터 중력 변화의 원인이 되는 지층의 물성 분포를 가정한 초기모형을 가정한 후 순산 방식의 알고리듬(예, Talwani et al., 1959; Götze and Lahmeyer, 1988)을 이용하여 지각 물성의 중력 및 자기장 효과를 계산하는 것이다(Fig. 3a). 이렇게 계산된 효과 값과 실제로 측정된 중력값을 비교하여 지층 모형을 변경하고 계산된 효과 값들이 측정된 실제 값들과 만족할 정도로 근접했을 때 제시된 지층의 모형을 지질학적으로 해석한다.
중력장을 이용한 2차원 순산 모델링 알고리듬은 Talwani et al. (1959)에 의해서 이론이 제시되었고, 3차원 모델링의 이론은 1988년 Götze에 의해 정립되었다. 2차원 방식은 한 선을 중심으로 좌에서 우로 주어진 암석의 밀도와 지각구조의 이론적인 중력값을 적분 방식으로 계산하는 것이다(Talwani et al., 1959). 이 경우 좌, 우측에 분포하는 밀도 구조에 대해서는 효과적으로 중력 및 자기장의 효과 값들을 계산할 수 있으나, 앞과 뒤에 위치하는 중력 및 자기장의 효과는 고려하지 못하는 단점을 갖고 있다. 3차원 모델링은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는 방법으로 몇 개의 2차원적 모델(Fig. 3b의 plane)들이 삼각형(Triangulation)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가정할 경우, 각각의 2차원 모델은 Green 2차 적분 식으로 계산된다. 이렇게 계산된 2차원 모델은 가우스 3차 적분 식으로 연결되어 3차원적인 중력 및 자기장 효과 값들을 계산해 낼 수 있다(Götze and Lahmeyer, 1988).
모델링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초기에 주어져야 할 지층 모형의 정확성이며 이러한 이유로 초기 모형을 결정할 수 있는 많은 지질환경정보가 종합적으로 비교 분석되어야 한다. 연구에서는 시추정보와 비저항 분포도를 이용하여 초기모형을 구축하였다.
3차원 중력장 및 자기장 순산 모델링 프로그램(IGMAS+)은 베를린 자유대학과 킬 대학 중력측정 연구소에서 개발되었으며 3차원 지반정보(geoinformation system)와 객체 및 응답형 기능(interactive function)이 탑재되어 다양한 형태의 연구 결과들을 3차원적으로 비교 분석하여 초기 지층구조 모형을 발전시킬 수 있다. 그런 기능으로 인해서 IGMAS+에 의해서 제시된 최종 지층 모형은 3차원 밀도 분포에 대한 신뢰성을 높일 수 있으며, 지질학적인 해석에 지구물리학적인 의미를 부여하여 개별 조사 기법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지하 구조의 특성을 파악할 수 있다.
연구결과
지형 및 광물조성
수치지형과 드론 기반 고해상 지형정보를 기반으로 수문모형(Kim et al., 2022; Cho et al., 2024)을 이용하여 지형요소 주제도를 작성하였다. 지형요소 중 습윤지수(wetness index)는 지표 유출과 집수 특성을 동시에 고려하는 인자로, 지형 경사와 상부사면기여면적을 기반으로 산정되며, 단층대 등 지질이상대와 관련한 지하수 집중 구간을 효과적으로 파악하는 데 활용되어 왔다(Choi et al., 2013; Kim et al., 2022).
Fig. 4는 도로 비탈면 조성 이전인 1999년과 붕괴 이후 2024년의 습윤지수 분포를 비교한 것이다. 1999년 지형에서 비탈면 일원에는 북북동–남남서 방향으로 습윤지수가 높은 영역이 선형으로 발달하며, 이는 한시적 수계가 형성되는 집수 지형 또는 지질 구조적으로 단열로 해석된다(Kim et al., 2022). 습윤지수가 높게 관찰되는 영역은 비탈면 조성 이전의 자연 지형에서 연속적으로 관찰되며, 비탈면 내부로 연장되는 특징을 보인다. 반면 2024년의 습윤지수 분포에서는 절개 및 성토에 따른 지형 변화로 인해 비탈면 내부의 지표수 수렴부(Fig. 4의 ②)가 소실되고, 비탈면 좌측의 계곡은 서측으로 이동하였다. 이는 절토 등 인위적인 지표면 변화가 지표 수문을 재배치한 것을 보여준다.
한편 지형 변화 이후 관찰되지 않는 기존 집수 지형(Fig. 4의 ①, ②, ③)은 장기간 지하수 침투가 이루어진 영역으로 해석되며, 해당 구간에는 함수비가 높은 지층 또는 투수성이 낮은 풍화 점토층이 분포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지질 조건은 비탈면 조성 이후 붕괴 취약 구간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Fig. 4.
Comparison of the wetness index distribution before slope construction (1999) and after slope failure (2024). Prior to slope construction, high wetness index zones developed in a NNE-SSW direction; however, after slope construction, the high wetness index distribution within the slope area (area 2) disappeared.
풍화대 시료(SB-1, SB-2)의 XRD 분석에서 석영이 우세하며, 정장석과 사장석이 부성분으로 확인된다. Siroquant 프로그램을 이용한 정량 분석은 변질에 의해 생성된 카올린의 함량은 23.4–27.0%로 비교적 높게 산출된다. 이러한 차이는 비탈면 내에서도 풍화 및 변질 정도가 공간적으로 불균질함을 나타내며 국지적인 수분 공급 또는 구조적 약대의 발달 여부에 따라 광물 조성이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Fig. 5). 특히 카올린의 높은 함량은 장석류의 변질이 활발하게 진행되었고 암반의 역학적 강도 저하와 투수성 변화와 밀접한 관련을 가진다. 풍화대의 광물학적 특성은 전기비저항탐사에서 확인된 저비저항 이상대(Fig. 6)와 중력장 해석(Fig. 7)의 저밀도 이상대와 공간적으로 잘 대응되며 비탈면의 풍화는 구조적 손상대와 연계된 장기적인 수리·지질학적 변질이 누적된 영역으로 해석된다.
전기비저항 이상대
비탈면 내부의 지하 구조와 수리적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 두 개의 전기비저항 탐사 측선(Fig. 2의 RES-Ln-01, RES-Ln-02)을 배열하여 전기비저항 단면도를 작성하였다(Fig. 6). RES-Ln-01 측선은 비 붕괴 영역의 비저항 분포이며 약 160 m 지점을 경계로 비저항 분포가 변화한다.
비저항 경계는 RES-Ln-02 측선에서도 관찰되며 이 중 시점부(20–160 m 구간)는 일반적인 암반에서 심도 증가에 따라 비저항이 증가하는 경향과 달리, 하부 지층에서 저비저항이 우세하게 나타나며 해당 구간은 풍화 및 변질의 영향을 받은 지층이 발달한 구간으로 해석된다. 이 구간은 약 -10 m 깊이를 경계로 하부의 저비저항 영역(대체로 20–50 Ω·m 이하)이 측방으로 연속적으로 분포하며, 상·하부 간 비저항 대비가 분명하다. 측선 방향으로 연속되고 심부로 연장되는 저비저항대의 특징은 단순한 표층 침투수보다는 지하수 유동 또는 지속적인 수분 공급과 관련된 구조적 특성을 반영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붕괴 구간을 횡단하는 RES-Ln-02 단면에서는 저비저항대가 비탈면 내부로 확장되며, 붕괴 발생 위치와 공간적으로 잘 대응한다. 한편, 지표면에 인접한 얕은 심도에서는 불연속적인 고비저항대가 관찰되며, 암종 차이 또는 풍화 정도의 차이에 따른 차별 풍화(differential weathering) 구간으로 해석된다.
비탈면에서 관찰되는 차별 풍화대와 하부 저비저항 이상대의 조합은 단층 지역에서 보고된 전형적인 지구물리적 특성과 유사하다. 단층 손상대에서는 불연속면을 따라 파쇄와 풍화가 집중되고, 이에 따라 투수성이 증가하면서 지하수 유동이 국지적으로 집중되는 경향이 보고되어 왔다(Suzuki et al., 2000; Faulkner et al., 2010; Loke et al., 2013).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비탈면의 비저항 분포에서 확인된 저비저항 이상대는 구조적 약대와 연계된 수리지질학적 특성을 반영하는 영역으로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중력 이상
비탈면 전역에서 관측한 중력자료를 이용하여 완전 부게이상(CBA)과 잔여중력이상(residual gravity anomaly)을 계산하고 중력이상도를 작성하였다(Fig. 7). 완전 부게이상은 비탈면의 상부에서 하부 방향으로 점이적인 변화를 보이며 붕괴 발생 구간에서는 주변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중력값이 분포한다(Fig. 7a). 잔여중력이상은 주로 천부 지층의 밀도 분포를 나타낸 것으로 붕괴 구간을 따라 선형의 분포를 보이는 저밀도층(low-density zone, LDZ)이 뚜렷하게 관찰된다(Fig. 7b). 특히 저밀도층(LDZ)은 비탈면 붕괴 범위와 공간적으로 잘 일치하며, 두 개의 저밀도 이상대가 비탈면을 대각선 방향으로 가로지르는 방향성을 보인다. 중력이상대의 변화 폭과 공간적 연속성을 고려할 때, 관찰된 저중력 이상은 얕은 표층 변화만으로 설명되기보다는 풍화 및 파쇄가 집중된 암반대 또는 단층 손상대와 같은 지질구조적 요인이 관련된 것으로 판단된다. 이는 붕괴 구간 하부에 밀도 감소가 지속적으로 분포하며, 장기적인 비탈면 불안정의 기반 조건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한편, 중력장 해석에서 확인된 저밀도 이상대는 전기비저항 탐사에서 나타난 저비저항대 및 지하수 포화 구간과 공간적으로 중첩되는 경향을 보인다. 이러한 대응 관계는 비탈면 하부에서 밀도 감소와 저비저항대가 동시에 나타나는 영역이 분포하며 해당 구간이 구조적 약대와 수문학적 취약성이 결합된 영역임을 뒷받침한다. 결과적으로 중력장 기반 해석은 비탈면 붕괴와 연관된 천부 지층의 구조적 불균질성을 규명하는 데 효과적인 정보를 제공한다.
밀도 모형
비탈면 하부의 밀도 구조를 해석하기 위해, 시추조사와 전기비저항탐사 결과를 반영하여 지층 구조와 풍화·변질 구간의 공간적 연속성을 반영한 초기 밀도 모형을 구성하였다. 모형에서 표층과 풍화대는 상대적으로 낮은 밀도 값을 부여하였으며, 토질시험에서 도출된 실측 밀도를 기반으로 설정하였다. 기반암은 암종별 대표 밀도를 적용하였다(Park et al., 2009; Kim et al., 2019). Fig. 8은 잔여중력이상을 이용하여 붕괴 구간을 횡단하는 EW-01 단면과 비탈면 하단부를 통과하는 EW-02 단면에 대해 심도 30 m 까지의 최종 밀도 모형으로 모형으로부터 계산한 중력값은 관측 잔여중력의 공간적 변화 경향을 잘 재현하며, 두 자료 간 피어슨 상관계수는 0.98로 나타났다.

Fig. 8.
Residual gravity profiles and corresponding two-dimensional density models along EW-01 (a) and EW-02 (b). EW-01 represents a non-collapsed section with relatively uniform and higher-density subsurface structures, whereas EW-02 crosses the collapse area and shows pronounced low-density zones and strong density contrasts.
두 단면은 붕괴 구간과 비붕괴 구간의 밀도 구조 차이를 비교할 수 있도록 설정하였으며, 모형에서 밀도층은 깊이에 따라 3개(상부·중부·하부)로 구분된다. EW-01 단면(Fig. 8a)에서는 상부 저밀도층의 두께 변화가 상대적으로 작고, 중·하부 고밀도층이 측선 방향으로 비교적 연속적이고 안정적인 분포를 나타낸다. 하부층은 약 2.65–2.72 t/m3 범위의 밀도를 보이는 기반암이 연속적으로 분포한다. 반면 EW-02 단면(Fig. 8b)에서 잔여중력은 주변에 비해 현저하게 감소한다. 모형에서 상부층의 밀도는 1.90–2.05 t/m3의 범위로 저밀도 영역은 주변보다 7.3% 감소한 밀도를 보이며 두께는 약 8–10 m 증가한다. 중부층의 두께는 약 8 m로 일정하며 밀도는 2.10–2.30 t/m3의 범위로 붕괴 영역에서 8.7% 감소한다. 하부층의 밀도는 2.45–2.60 t/m3의 범위를 보이며 붕괴 영역에서 7.5% 감소한다. 붕괴 구간에서는 지층의 밀도는 7–8% 정도 감소하며 상부 밀도층의 두께가 증가하여 국지적인 밀도 저하 영역이 형성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비붕괴 구간의 EW-01 단면에서 상부와 중부 밀도층은 일정한 크기의 밀도를 보이며 EW-02 단면에서 관찰되는 것과 같은 뚜렷한 밀도 저하 구간은 확인되지 않는다.
붕괴 구간과 비붕괴 구간의 밀도 모형에서 저밀도층의 분포 특성이 잘 나타난다. EW-01 단면은 상대적으로 균질한 밀도 구조를 보이며, 붕괴가 발생하지 않은 구간의 지하 조건을 반영한다. 반면 EW-02 단면에서 저밀도층은 붕괴 발생 부분에 발달하며 잔여중력이상에서 확인된 저밀도 이상대(low-density zone, LDZ)의 공간적 분포와도 잘 대응한다. 이러한 결과는 비탈면 붕괴가 하부의 국지적인 밀도 구조 변화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고 찰
상북면 비탈면은 표면이 피복되어 지표 관찰과 제한적인 시추만으로 지질이상대를 관찰하기 어렵다. 전기비저항 단면에서 붕괴 구간 하부 지층을 따라 저비저항대가 연속적으로 분포하며, 얕은 심도에서는 불연속적인 차별 풍화대가 관찰된다. 이러한 분포는 표층 침투수의 일시적 영향보다는 불연속면을 따라 파쇄와 풍화가 집중되고 국지적 지하수 유동이 발달하는 환경에서 관찰되는 특성과 유사하다(Suzuki et al., 2000; Faulkner et al., 2010). 중력장 해석결과도 이러한 지질 특성을 뒷받침하며, 완전부게이상은 붕괴 구간을 경계로 상대적으로 낮은 중력이 관찰된다. 기반암의 중력 효과를 제거한 잔여중력이상에서 붕괴 구간을 가로지르는 선형의 저밀도층(low-density zone, LDZ)이 명확하게 나타난다. 잔여중력이상은 천부 구조에 민감하므로 저밀도층은 붕괴 구간 하부에 파쇄 또는 풍화에 의해 밀도가 저하된 영역이 발달했음을 의미한다. 특히 LDZ의 선형적 연속성은 국지적인 연약 지반보다는 구조적 불연속대를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된다(Roberts, 2001; Schmidt et al., 2010).
붕괴 구간과 비붕괴 구간의 밀도 모형은 중력이상에 대응하는 지층의 밀도 변화를 보여준다. 붕괴 구간을 횡단하는 단면에서는 상부 및 중부 저밀도층의 두께가 증가하고 밀도가 감소하는 반면 비붕괴 구간의 단면은 고밀도 기반암이 연속적으로 분포하며, 저밀도층의 두께 변화도 제한적이다. 이러한 대비는 붕괴가 발생한 지반과 안정성이 유지된 지반 사이의 지질구조적인 차이를 반영하며, 붕괴는 비탈면 하부의 국지적으로 발달하는 밀도 저하 구간에 의한 것으로 해석된다.
연구에서 확인된 지구물리학적 결과는 비탈면이 대규모 단층계인 양산단층 손상대에 속하는 구조지질학적 배경과도 밀접하게 연결된다. 양산단층은 수 km 폭의 손상대를 동반하는 구조로 알려져 있으며, 주 단층에서 이격된 위치에서 파생단층이 분포할 수 있다(Kim et al., 2004; Choi et al., 2021b). 단층작용으로 파쇄와 풍화가 집중되고, 투수성 증가와 역학적 강도 저하가 함께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인 특징이며 연구에서 확인된 저밀도·저비저항 이상대는 이러한 물리적 특성과 잘 부합한다.
지형분석도 이러한 해석과 유사한데, 비탈면 조성 이전 습윤지수 분포에서 확인된 선형의 집수 지형과, 조성 이후 지구물리 탐사를 통해 확인된 구조적 취약 구간이 공간적으로 대응된다. 비탈면 조성으로 지표면의 형상이 인위적으로 변경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지하에 발달한 지질이상대의 수리적 특성과 취약성은 지속적으로 반영되며 이러한 이상대는 단기적인 지반조사와 지표 관찰만으로는 쉽게 인지되기 어려운 특성이 있다.
광물 조성 역시 지구물리 해석을 보완한다. 붕괴 구간 암석 시료에서, 카올린 함량이 상대적으로 높게 검출된 점은 장석류의 변질이 진행되었음을 의미한다. 점토광물의 증가는 암반 강도 저하와 수리적 특성 변화와 밀접하게 연관되며, 전기비저항 탐사에서 확인된 저비저항대 및 중력장 해석에서 도출된 저밀도대와 함께 고려할 때, 붕괴 구간은 장기적인 변질과 풍화를 받은 단층의 특성을 지지한다(Faulkner et al., 2010).
이상의 결과에서 비탈면 붕괴는 인공 절개나 국지적인 배수 조건만으로는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 해당 비탈면은 안정성 확보를 위한 보강 공사가 완료된 이후 붕괴가 발생하였으며, 일반적인 공학적 보강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선행적인 취약성이 존재했음을 의미한다. 집중 강우는 붕괴를 촉발한 직접적인 요인으로 작용했지만 비탈면 하부의 지질이상대는 붕괴의 선행 조건으로 판단된다. 특히 중력장 해석에서 선형적인 분포를 나타내는 저중력이상대와 저밀도층은 피복된 지질이상대를 지시한다. 밀도 모형에서 관찰되는 저밀도층은 전기비저항 탐사에서 확인된 저비저항대 및 XRD 분석에서 관찰되는 변질 점토와 유의성을 보이며, 단층 작용에 따른 파쇄·풍화·변질이 집중된 구조적 약대를 반영한다.
시공을 위한 조사·설계 단계에서 수행되는 지질조사는 이러한 구조적 약대의 공간적 연속성과 심부 연장성을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 특히 피복되어 관찰이 어려운 지질이상대는 단기간의 공학적 조사로 인지하기 어렵고 장기간에 걸쳐 비탈면 안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본 연구에 적용한 중력장 기반 밀도 해석은 조사의 한계를 보완하는 효과적인 접근임을 보여준다.
결 론
연구 지역은 위험비탈면으로 지정되어 보강 공사가 완료된 이후 발생한 붕괴 사례를 대상으로 중력장 해석을 이용하여 붕괴원인을 분석하였다. 비탈면 붕괴 구간에서는 전기비저항 탐사에서 저비저항대와 차별 풍화대가 연속적으로 분포하며, 잔여중력이상에서 선형의 저밀도 이상대가 확인되었다. 붕괴 구간의 밀도 모형에서 저밀도층의 두께가 증가하고 주변 지층에 비해 밀도가 8–10% 감소하는 반면 붕괴가 발생하지 않은 단면에서 암반의 비교적 균질하고 연속적인 구조가 유지되었다.
또한, 비탈면은 양산단층 손상대의 공간적 범위에 속하고 저비저항·저밀도 이상대는 단층에서 나타나는 파쇄, 풍화변질, 밀도 감소 등의 특성을 보인다. 이는 비탈면 붕괴가 단순한 인공 절개나 국지적인 배수 조건만으로 설명되기보다, 단층 손상대 내에 발달한 구조적 취약성이 선행 조건으로 작용하고, 단기간의 집중 강우가 이를 촉발한 결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특히 중력장 해석에서 확인된 저중력이상과 이에 대응하는 저밀도층은 피복된 지질이상대를 지시하는 주요한 물성 지표로 해석될 수 있으며, 지층붕괴의 원인 분석에서 지질환경정보와 중력장 해석을 통합한 지구물리학적 접근이, 구조적 약대의 인지가 어려운 지역에서 기존 조사 기법의 한계를 보완하고 유사한 붕괴 사례의 원인 규명과 재해 저감 대책 수립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