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연구 대상지의 개황
연구방법
땅밀림 구역설정
지형 및 지질
이상징후 조사
시추 및 지하수 유향 조사
지형습윤지수 모델 구축
결과 및 고찰
땅밀림 구역설정
지형 및 지질분석
땅밀림 이상징후 방향
시추 분석과 지하수 유향 분석
지형습윤지수 분석
결 론
서 론
세계적으로 기후변화에 따라 각종 재해가 만연하고 있다. 세계기상기구(World Meteorological Organization, WMO)의 발표에 따르면, 2023 년은 관측 사상 가장 뜨거웠던 해로, 1850~1900년까지의 산업화 이전 시기와 비교할 때 지구의 평균 기온은 1.15°C 상승하여 높은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보고되었다(WMO, 2023). 이로 인해 더 많은 열이 대기로 방출되고, 공기가 고온 다습해지면서 기존과 다른 대기와 해수의 움직임으로 예측 불가능한 집중호우와 강력한 태풍이 발생하고 있다(Tsuboki et al., 2015). 이러한 극한 기상은 단시간의 호우로 인해 산지사면 내 물의 함량을 증가시켜 땅밀림 등 산지재해를 촉진시킨다.
산림청은 산지재해를 산사태, 토석류, 땅밀림으로 구분하고 있으며, 국내 땅밀림은 1996년 최초로 발견되었다(Woo et al., 1996). 땅밀림은 지하수로 인해 땅속의 전단 저항이나 점착력이 약한 부분을 따라 중력 방향으로 지속적으로 미끄러져 이동하는 현상으로(Woo, 1992), 표층이 붕괴되는 산사태와는 달리 표층보다 더 깊은 토층 전체가 오랜 기간에 걸쳐 서서히 이동하기 때문에 그 현상을 인지하기가 어렵다. 사면 내부 지질 상황과 외적 요인의 정도에 따라 땅밀림 발생 가능성이 크지만(Park et al., 2023), 주요한 발생 원인은 지하수로 알려져 있다(Jeon and Lee, 2019).
사면 내 지하수 흐름 파악하기 위해서는 시추조사가 필수적이며, 시추조사가 어려운 지역에 대해서는 효율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으로 땅밀림 취약지와 진행 방향을 결정하는 연구가 필요한 실정이다.
땅밀림과 지하수의 관계를 구명하는 선행 연구로, Li et al.(2020)은 땅밀림지의 파괴 메커니즘을 분석하기 위해 지하수위를 조사한 결과, 지하수위 상승과 간극수압 증가가 땅밀림 붕괴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결론을 제시하였다. Macfarlane(2009)는 누적 강우량이 땅밀림지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누적 강우량과 간극수압을 조사한 결과, 간극수압계(piezometer)의 수위가 감소하면 땅밀림이 멈춘 반면, 월 강수량이 100 mm를 초과하거나 3~4개월 누적 강수량이 약 300 mm를 초과할 경우 간극수압계의 수위가 상승하여 땅밀림이 재발하는 결론을 도출했다. 또한 Lee et al.(2019)은 시추조사와 전기비저항탐사를 활용하여 땅밀림과 지하수와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 지하수의 흐름방향은 인장균열 평균 각도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며, 땅밀림 발생 시 지하수의 위치 및 흐름을 모니터링함으로써 향후 땅밀림의 진행 상황을 예측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대부분의 땅밀림 선행연구들은 시추조사를 통해 땅밀림 재해 발생 유무를 파악한 연구들이므로 보다 효율적으로 땅밀림 위험지를 설정할 필요성이 있다. 한편, 지형습윤지수는 수문 및 토양의 습윤함량을 나타내는 집수(catchment) 모델링 방법으로 사면의 방향과 경사를 고려하여 물이 축적되는 정도를 나타낸다. Liang and Chan(2017)은 지형습윤지수와 간극수압간의 정의 상관관계를 갖고 있으며, Beven and Kirkby(1979)는 지형습윤지수는 지형 기반 수문모델로서 지하수를 평가하는데 사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국내에서 지형습윤지수를 활용하여 땅밀림을 연구한 사례는 전무하므로, 본 연구를 통해 땅밀림 재해와 지형습윤지수 모델의 적용 가능성을 추가 분석하였다.
따라서 이 연구는 진주시 미천면 반지리에서 발생한 땅밀림지를 대상으로 시추 및 지형습윤지수(topographic wetness index) 등 몇 가지 요인을 분석하여 땅밀림 진행방향을 파악함으로써 추후 발생할 땅밀림 위험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기 위한 연구를 수행하였다.
연구 대상지의 개황
본 연구의 대상지는 행정구역상 경상남도 진주시 미천면 반지리 382에 위치하며, 서측은 냉정리, 동측은 벌당리가 인접하고 있다. 연구 대상지 사면에는 사찰이 위치하고, 그 하단부에는 주민들이 거주하는 가옥 8채가 위치하고 있다.
연구 대상지에는 100 m 이상의 구릉성 산지가 불규칙하게 분포되어 있으며, 계곡부는 존재하지 않았다. 상단부 능선은 하층식생이 크게 발달하지 않은 凹형 평탄지로, 인접한 양측 능선의 표고가 높아 강우 시 집수가 잘 되는 지형적 특징을 나타낸다. 산지 중단부에는 밭을 경작 후 방치된 상태에서 밤나무 재배지 등으로 활용된 상태였다.
1 : 50,000 지질도 및 표층 지질 조사 결과, 연구 대상지에 타 지층 및 관입암은 없으며, 암석의 풍화가 상당히 진행된 상태였다. 단층과 습곡은 나타나지 않았고, 불연속면이 사면 경사와 동일한 방향으로 나타나 땅밀림 발생에 유리한 조건(Park et al., 2019b)이었다. 절리 수는 3개 이상이었으며, 절리 간격은 조밀(6.0~20.0 mm) 하게 나타나 외부적인 충격을 받게 되면 쉽게 붕괴되어 산지재해에 민감한 지질을 나타내었다. 땅밀림지에서 자주 발견되는 너덜(NIFoS, 2017)은 분포하지 않았다.
이 지역은 2020년 7월 사찰 뒤편 죽림의 산자락에 땅밀림이 발생하여 사찰의 부대 건물이 파괴되었다. 땅밀림은 길이 15.0 m, 높이 1.5 m, 폭 25.0 m 정도의 규모로 발생하였으며, 땅밀림이 발생한 상단부 사면에서 작은 인장균열과 단차들이 추가로 관측되었다. 한편, 땅밀림이 발생한 후인 2020년 8월에는 지속적인 집중호우로 인해 사찰 뒤편에서 지하수가 지속적으로 유출되었다(Fig. 1).
연구방법
땅밀림 구역설정
GIS를 활용하여 현장조사를 경계부(boundary)와 위험지역을 구획하였다.
먼저 경계부는 땅밀림 발생구역으로서 연구 대상지의 공간적 범위를 정의한다. 경계부는 땅밀림 활락애 특징인 인장균열과 단차를 근거로 구획되며, 최초로 활락애가 발견된 지점을 기준으로 반경 50 m를 조사하여 추가적인 활락애의 유무를 파악하였다. 만약 추가적인 활락애가 발견되면, 그 지점을 기준으로 다시 반경 50 m를 조사하여 사면을 면밀히 검토하였다. 더 이상 활락애가 발견되지 않을 경우, 지형을 고려하여 경계부를 확정하였다.
땅밀림 위험지역은 땅밀림으로 인해 직접적인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구역으로 정의하였으며, 경계부에 해당하는 지역의 토괴가 중력 방향으로 하강했을 때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범위를 구획하였다. 구획된 경계부와 위험지역의 GPS 데이터를 GIS 폴리곤 데이터로 변환하고, 이를 공간분석에 활용하였다.
지형 및 지질
땅밀림은 오랜 기간 밀려 내려오면서 지형을 변화시키므로 등고선의 신축을 야기한다(Park et al., 2021). 이러한 등고선 신축의 형태에 따라 미세지형을 분류하여 땅밀림 형태를 파악할 수 있으므로 국토지리정보원에서 발간한 지형도(1 : 5,000)를 이용하여 땅밀림 지형 특성인 미세지형을 분석하여 구분하였다(Varnes, 1978; Jau et al., 2000).
땅밀림은 토양 중에 포함된 점토 입자가 지하수 배출에 영향을 미치므로 점토질을 구성하고 있는 특정 지질을 파악하여야 한다(Park et al., 2016). 이를 위해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서 발간한 지질도(1 : 50,000)를 활용하여 대상지의 지질시대, 지층, 암상을 분류하였다.
직접적인 토양물리성의 분석을 위해 땅밀림 붕괴지의 위, 아래, 지하수 유출구와 정상사면의 토양 500 g을 채취하여 임업진흥원(Korea Forestry Promotion Institute, KOFPI)에 의뢰하여 분석하였고, 채토기를 활용하여 땅밀림 붕괴지의 표토, 토심별 깊이(20 cm, 100 cm, 200 cm, 250 cm) 토양을 100 cc 캔에 토양을 3반복 채취한 후 땅밀림으로 붕괴된 지역의 토심별 토양수분함량(중력수분함량, 조공극량)을 분석하였다.
이상징후 조사
땅밀림을 대상으로 수행된 선행연구에서는 땅밀림 이상징후로서 인공 구조물의 변형(NIFoS, 2022), 지하수 유출(Kim et al., 2016), 수목이상생장(Park and Park, 2020) 등을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땅밀림 경계부 내 구역을 대상으로 수목이상생장 여부, 지하수 유출 여부, 인공 구조물의 변형 여부를 조사하였다. 이상징후가 발견되었을 경우 각 징후의 위치와 함께 그 방향성을 클리노미터(clinometer)로 3회 반복하여 측정한 후 평균값을 산출하였다.
시추 및 지하수 유향 조사
땅밀림은 지반 내 피압지하수의 영향으로 물리적 ‧ 화학적으로 달리 구성된 토층이 전단저항이나 점착력이 약한 부분을 따라 원형을 유지한 상태로 발생하기 때문에 지반상태와 지하수의 흐름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기반암의 암종, 지질구조, 지하수 유속과 유향을 분석하기 위하여 회전수세식(rotary wash-type)의 유압형 시추기(HANJIN D&B, Korea)를 활용하여 시추조사를 실시하였다.
시추조사는 땅밀림 위험지의 지반 상황을 충분히 파악할 수 있는 지역을 대상으로 땅밀림 경계지 내부의 중심에서 상부로 약 90 m 떨어진 사면의 2곳을 선정하여 실시하였다.
지하수의 유동은 주 흐름방향(major flow direction)과 수리경사(hydraulic gradient)에 의해 정의되며(Kim et al., 2009), 지하수의 유향은 지하수가 이동하는 방향으로 일반적으로 높은 수위에서 낮은 수위로 흐른다. 지하수의 유향과 유속을 파악하기 위해 시추작업이 완료된 후에는 시추공에 PVC파이프 케이싱을 시공하여 시추작업 완료 48시간 이후부터 지하수 유향유속 시험기인 AquaVISION Colloidal Vorescope System(Geotech Environmental Equipment, Inc., USA)을 활용하여 지하수 유향을 측정하였다.
지형습윤지수 모델 구축
지형습윤지수는 수문 및 토양의 습윤함량을 나타내는 집수 모델링 방법으로 사면의 방향과 경사를 고려하여 물이 축적되는 정도를 나타내는 것으로, 물이 모이는 구역을 분석하기 위해 수치표고모델(digital elevation model, DEM)을 활용하였다. 수치표고모델은 지표면의 고도를 수치적으로 표현한 데이터로 지형의 높낮이를 격자형태인 래스터 데이터로 표현하였으며, 데이터의 빈 셀을 채우는 과정(fill sink)을 실시하였다. 이 과정은 자료가 없는 셀과 오류로 인해 값이 현저히 낮게 나타나는 셀을 주변 환경과 비슷하게 처리하여 유역에서 하천의 흐름을 적절하게 묘사하기 위함이다. 이후 수치표고모델을 활용하여 경계부를 대상으로 경사 분석을 실시하여 경사 데이터를 확보하였다.
수치표고모델과 ArcGIS 9.2 Hydro Tool(ESRI, CA, USA)을 활용하여 사면 흐름방향(flow direction)을 8개의 방향으로 분류하는 D8 그리드 방식(O’Callaghan and Mark, 1984)으로 분석하였으며, 흐름방향을 활용하여 흐름누적(flow accumulation)을 분석하였다. 흐름누적은 흐름방향의 그리드에 따라 셀들의 수를 누적하여 값을 계산한 것으로 상류 셀부터 특정한 셀까지 얼마나 많은 값이 누적되는지를 정량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또한 흐름누적 데이터를 활용하여 계곡부를 결정할 수 있는데, 데이터 임계값 분석을 통해 계곡을 정의하는 방법(Tarboton and Ames, 2001)과 평균 흐름 누적값을 사용하는 방법(Tang, 2000)이 있다. 본 연구에서는 Oliveira et al.(2002)이 연구한 흐름 누적값을 1%로 설정하는 방법에 따라 수행하였으며, 계곡부로 판단된 지점을 항공사진 비교를 통해 실제 계곡부와 일치하는지를 육안으로 판단하여 계곡을 정의하였다.
마지막으로 흐름누적 데이터와 경사 데이터를 활용하여 지형습윤지수를 산정하는 계산식(식 (1))을 통해 10 × 10 m 지형습윤지수(topographic wetness index, TWI)를 제작하였다(Fig. 2). SCA(specific catchment area)는 수치표고모델로부터 계산되는 특정 집수 구간(SCA)으로 흐름누적값을 의미하며, 𝛽는 경사각을 나타낸다(Pietro et al., 2019). 지형습윤지수는 지형 경사가 유출 흐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지표로 지형습윤지수는 값이 낮을수록 경사가 높고 물의 집수가 어려운 지역을 의미하며, 지형습윤지수 값이 높을수록 경사가 낮고 물이 집수되는 지역임을 의미한다. 따라서 경계부와 땅밀림 위험지역의 지형습윤지수 분석을 통해 집수지역을 파악하였으며, 사면의 상단부와 하단부에 따라 차이가 있는지를 분석하기 위해 SPSS ver. 25(IBM, NY, USA)를 활용하여 t-test를 실시하였다.
결과 및 고찰
땅밀림 구역설정
본 연구 대상지에서 땅밀림에 따른 인장균열 및 단차는 사찰 뒤편 죽림에서 4곳에서 발견되었으며, 지형을 고려하여 땅밀림 경계부를 구획한 결과 면적은 0.89 ha로 나타났다(Fig. 3). 경계부 데이터를 활용하여 위험지역을 설정한 결과, 사찰과 주민들이 거주하는 8채의 가옥이 포함되었다.
지형 및 지질분석
지형도를 이용하여 경계부 내의 지형을 분석한 결과, 연구대상지의 미세지형은 사면 내 계곡부가 없으며, 사면이 볼록한 지형으로 나타났다. 볼록한 지형은 국내에서 발생하는 땅밀림 지형 중 가장 많이 발생하는 형태로(Park et al., 2019a), 인장균열 및 단차가 발생한 하단부가 밀리면서 아래로 넓게 쳐지는 형상이다. 따라서 대상지는 상단부의 물이 하단부로 집중되면서 1~3부 능선에서 인장균열 및 단차가 발생하고 사면 중단부와 하단부가 볼록하게 형성된 지역이라 볼 수 있다.
지질도를 활용하여 경계부 내의 지질을 분류한 결과, 지질시대는 신생대 제4기와 중생대 백악기로 나타났으며, 지층은 경상누층군 신동층군에 속하는 경상계 낙동층군으로 확인되었다(Chang, 1977). 백악기에는 한반도에서 경상분지를 포함한 여러 지역에 퇴적분지와 함몰지가 형성되었고, 화산활동을 수반하여 두터운 육성퇴적층인 경상누층군이 퇴적되었다(Hahn, 2018). 경상누층군은 사암, 이암, 셰일 등이 호층으로 퇴적된 층군으로 불연속면이 사면 경사 방향과 동일하여 풍화가 깊게 진전될수록 땅밀림 발생이 용이하다(Choi, 2018). 실례로 Park et al.(2019b)과 Park et al.(2021)은 중생대 백악기 경상누층군에서 땅밀림이 가장 많이 발생한다고 보고하였다.
지질도를 활용하여 분류한 경계부 내의 암상은 사암, 이암, 셰일을 포함하는 퇴적암으로 나타났다(Fig. 4). 사암은 풍화작용에 의해 화성암이나 변성암 부스러기와 같은 모래로 구성되는 암석으로서 내부 공극률이 크고, 절리 발달로 인해 풍화에 취약하며, 풍화 지형 발달에 상당히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Mol and Viles, 2011). 이에 비해 이암과 셰일은 입자 크기가 작은 점토가 퇴적되어 형성된 암석으로 내부 공극률이 작고 물을 머금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Yang et al., 2015). 이러한 이질암(異質岩)의 점토질 성분이 수분과 만나면 짧은 시간에 흐트러져 구조적 강도를 잃는 결과를 초래한다(Yang et al., 2015). 이 현상은 비화작용(slaking)으로 인해 특히 셰일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며, 실제로 사면 절취 후 노출된 셰일 암반이 쉽게 풍화되어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보고되기도 하였다(Park, 2002).
현장조사를 통해 나타난 땅밀림지의 토양형은 갈색약건산림토양(B2)이었으며, 표토는 자갈 섞인 실트질 점토로 나타나, 강우 시 빗물을 머금는 특성을 나타내었다. 단차 붕괴지 토양을 분석한 결과, 토양의 평균 pH는 5.73(4.90~6.60)로 우리나라 산림토양의 평균 pH(Jeong et al., 2002) 보다 pH가 높은 상태이었다.
땅밀림지의 표토(단차 위) 모래 : 미사 : 점토의 함량(%)은 45.2 : 41.0 : 13.8로 양토(loam)이었으며, 땅밀림지의 붕괴지(단차아래) 토양의 모래 : 미사 : 점토의 함량(%)은 52.9 : 3.3 : 16.9로 사양토(sandy loam)이었다. 아울러 땅밀림으로 붕괴된 지역에서 지하수가 유출되는 지점 토양의 모래 : 미사 : 점토의 함량(%)은 64.2 : 23.8 : 12.0으로 사질양토(sandy loam)로 분석되었다. 한편, 본 연구대상지의 반대사면인 땅밀림이 발생하지 않은 정상사면에 해당하는 대조구의 경우 모래 : 미사 : 점토의 함량(%)은 81.7 : 16.1 : 2.2으로 양질사토(loamy sand)로 나타났다(Table 1).
Table 1.
Soil characteristics analysis
이와 같이 땅밀림지와 대조구의 위치에 따라 토양에 사질과 점토함량 그리고 토성이 다른 것으로 나타나 이질적인 토양으로 조성된 지역으로 땅밀림에 취약한 토양 특성을 나타내었다.
붕괴지의 토심별(표토, 20 cm, 100 cm, 200 cm, 250 cm) 투수계수를 분석한 결과, 중력수분함량은 표토가 32.0%로 가장 많았으며, 토심이 깊어진 지역에서는 표토보다 작은 경향을 나타내었다. 또한, 토양의 수원함양기능을 나타내는 조공극량은 표토가 34.9%로 나타났으며, 토양이 깊을수록 조공극량은 낮았다.
토양깊이 250 cm에서는 34.1%로 표토보다는 작지만 비슷한 경향을 나타내었는데, 이는 붕괴지 토양의 상태가 매우 불균질한 토양으로 구성되어 있으며(Table 2), 석력이 많고 풍화가 심한 토양으로 이루어진 데 따른 결과라 판단된다. 즉, 땅밀림 붕괴지 사면의 토양 투수계수는 표토에서부터 토심이 깊어질수록 중력수분함량과 조공극량이 내려가는 경향이 보이므로 토심이 깊어질수록 지하수의 배출이 어려워 땅밀림의 소인이 될 수 있음을 나타낸 결과이다.
Table 2.
Soil coefficient of permeability of landcreep
Soil depth (cm) | Water content (%) | |
Gravitational water content | Soil porosity | |
Topsoil | 32.0 | 34.9 |
20 | 27.2 | 30.3 |
100 | 26.4 | 29.8 |
200 | 27.7 | 30.0 |
250 | 30.6 | 34.1 |
땅밀림 이상징후 방향
본 연구대상지에서 나타난 이상징후는 경계부의 경우 수목 휨 현상과 지하수 유출이 나타났으며, 위험지역의 경우 돌담 배부름 현상이 나타났다(Fig. 5). 경계부에서 나타난 수목 휨 방향은 N110°E로 측정되었다(Fig. 6a).
지하수 유출구는 경계부 하단부인 절 뒤편 사면으로부터 연결되어 인장균열 및 단차지 하단부로 이어져있다. 즉, 우리나라의 땅밀림지는 인장균열 및 단차의 하단부에서 지하수가 용출되는 경우가 많은데(NIFoS, 2022), 본 연구대상지의 경우 사찰을 건설하기 위해 본래 지하수가 흐르고 있던 지중유로를 절취함으로써 지하수 유출이 나타난 것으로 지하수의 방향은 N95°E로 측정되었다(Fig. 6b).
주민이 거주하고 있는 위험지역을 조사한 결과, 두 곳에서 돌담 배부름 현상이 발견되었다. 첫 번째 장소는 사찰과 인접한 주택에서 나타났으며, 돌담 일부가 튀어나와 있었고, 배부름 방향은 N93°E로 측정되었다(Fig. 6c). 두 번째 장소는 하단부에 위치한 또 다른 주택에서 나타났으며, 돌담 일부가 튀어나와 있었고, 배부름 방향은 N76°E로 측정되었다(Fig. 6d).
본 연구 대상지에서 수목 휨 방향, 지하수 유출 방향, 돌담 배부름 방향은 N76°E~N110°E의 범위로서 비교적 유사하게 나타났다. 이는 땅밀림의 진행 방향을 보여주는 간접적 지표일 수 있다.
시추 분석과 지하수 유향 분석
2개의 시추 공 BH-01와 BH-02(표고 = 106.3 and 103.3 m; 굴진 심도 = 26.0 and 49.0 m)를 시추한 결과(Fig. 7a), 깊이 0~30.0 cm 구간은 자갈이 섞인 실트질 점토로 이루어진 매우 얕은 표토층으로 나타났고, 깊이 2.3~8.3 m 구간에는 풍화토 세립의 모래질 실트가 분포하고 있었으며, 깊이 8.3~10.0 m 구간에는 풍화된 셰일이 분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반암이 되는 연암은 깊이 6.4~49.0 m 구간에서 분포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6.4~18.8 m 구간에는 셰일이, 18.8~20.7 m 구간에는 사암이, 20.7~49.0 m 구간까지는 다시 셰일이 분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Fig. 7b). 이러한 풍화토 세질 모래질 실트, 연암, 사암, 셰일이 호층으로 분포하는 깊이 18.5~31.3 m 연암층의 구간에는 지하수가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연암구간의 두 셰일층 사이에 위치한 사암층에 평상시 지속적인 지하수가 유입되는 경우, 내부 공극률이 큰 사암층의 붕괴가 용이(Park et al., 2016)할 것으로 사료되며, 인장균열 및 단차가 발생한 상부지역의 수직고도 이 지역에 해당해 앞서의 지질적 영향이 나타나는 것으로 사료된다.
지하수 유향의 경우 BH-01의 경우 20~70° 범위(평균 흐름방향 43.6°)로 흐르고 있었으며, BH-02의 경우 60~110° 범위(평균 흐름방향 102.9°)의 유향을 나타냈다(Fig. 8). 이 방향은 땅밀림 경계부 방향으로, 땅밀림 이상징후인 지하수 유출지와 돌담 배부름 현상이 진행되는 방향과 유사하였다. 이는 본 연구 대상지와 같이 땅밀림 이상징후가 관측되는 지역의 경우 이상징후 방향성 측정을 통해 땅밀림 진행방향 추정이 가능한 것으로 판단되며, 시추조사가 불가한 땅밀림지의 경우 이상징후 방향성 분석을 통해 진행방향을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지형습윤지수 분석
땅밀림지 경계부를 대상으로 흐름방향(Fig. 9)을 분석한 결과, D8 그리드 레스터 데이터 총 개수는 91개로 나타났으며, 이 중 1번이 동쪽 방향으로 47개(51.6%), 2번은 남동쪽 방향으로 21개(23.1%), 64번은 북쪽 방향으로 6개(6.6%), 128번은 북동쪽 방향으로 17개(18.7%)로 분석되었다. 경계부 중단부와 하단부의 경우 동쪽 방향과 남동쪽 방향으로 나타났고, 상단부는 북쪽 방향과 북동쪽 방향으로 나타났다.
진주시 미천면 반지리 지역을 대상으로 흐름누적(Fig. 10a)을 분석한 결과, 흐름누적값은 0~37,422 수치로 분석되었으며, 경계부의 흐름누적값은 0~26 수치로 분석되었다. 흐름누적도는 흐름방향의 누적값으로 표고가 높은 산정부와 분수계의 경우 낮게 나타나며, 표고가 낮거나 유로와 산 기슭과 같은 지점은 높게 나타난다.
경계부의 상부 셀에서 특정한 하부 셀까지 기여하는 흐름누적값이 낮게 분석되었고, 지형적으로 물이 모이지 않는 결과를 나타냈다. 이 결과는 앞서 재료 및 방법에서 서술한 바와 같이 흐름누적 분석은 흐름방향 값을 활용하며, 흐름방향은 기준이 되는 레스터 셀과 그 주변 8개의 레스터 셀의 표고차에 따라 산정되어 제작된 모델이다. 따라서 흐름누적 값이 표고 데이터만 비교했기 때문에 이러한 결과가 도출된 것으로 판단된다.
계곡부를 판단하기 위해 흐름누적 데이터의 1%인 374를 기준으로 그 값이 이상인 경우 계곡으로 정의하였으며(Fig. 10b), 항공사진 육안 관측 결과 실제 계곡부와 일치하였다. 또한 이 결과는 현장조사를 통해 판단한 경계부에는 계곡부가 존재하지 않는 결과와도 일치하였다.
진주시 미천면 반지리 지역을 대상으로 흐름누적 데이터와 경사 데이터를 활용하여 지형습윤지수를 분석한 결과, 지형습윤지수는 2.4~19.8 수치로 분석되었고, 1차 유로에 해당하는 산지 계곡부의 경우 약 9.0~11.0 정도의 수치로 분석되었으며, 2차 유로의 경우 약 12.0~15.0, 3차 유로와 하천의 경우 약 16.0~19.0으로 분석되었다(Fig. 11). 경계부의 지형습윤지수는 3.0~7.1 수치로 분석되었고, 평균은 4.5로 분석되었다. 경계부 중심을 기준으로 상단부는 3.4~7.1로 평균 5.6으로 분석되었고, 하단부는 2.9~6.4로 평균 4.4로 분석되었다. 경계부의 상단부와 하단부에 따라 지형습윤지수 값은 차이가 나타났으며, 통계적으로도 유의한 결과로 분석되었다(p < 0.05; Table 3). 지형습윤지수는 하단부보다 상단부가 더 높게 분석되었는데, 이는 앞서 서술한 연구대상지 상단부가 凹형 평탄지로 강우 시 집수가 잘되는 지형이라는 결과와 일치하므로 지형습윤지수를 통해 집수되는 지형을 파악할 수 있었고, 사면의 위치에 따라 지형습윤지수 수치가 달리 나타난 결과도 확인할 수 있었다.
Table 3.
Results of statistical analysis (t-test) of the TWI values
Classification | TWI | t (p) | |||
N | Mean | SD | |||
Slope | Upper | 11 | 5.57 | 0.27 | 3.17 (0.009)*** |
Lower | 80 | 4.35 | 0.38 |
경계부의 하단부 Line A와 경계부 사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Line B의 경우 특이한 수치를 확인할 수 있었다(Fig. 11). Line A의 지형습윤지수는 5.3~6.3 수치로 평균은 5.7로 분석되었으며, Line B의 지형습윤지수는 7.7~9.8 수치로 평균 8.8로 분석되었다. Line A의 지형습윤지수는 경계부 하단부의 평균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수치를 보였으며, 이 라인에 물이 모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Line A는 Line B와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Line B의 지형습윤지수 평균값은 1차 유로인 산지 계곡부와 유사한 수치를 나타냈으나, 앞서 현장조사 결과와 흐름누적 데이터를 활용한 계곡 분석에서 사면에 계곡부가 없음을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수치를 나타냈다.
이의 원인을 분석하기 위해 과거 항공사진을 분석한 결과(Fig. 12), 2019년에는 정상적인 사면을 확인할 수 있었으나, 2020년 7월 땅밀림이 발생되면서 2021년 항공사진에는 사찰 뒷 사면에만 배수로가 시공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2022년 항공사진에서는 지형습윤지수가 높게 나타났던 Line B의 지점(Fig. 12 빨간색 원)과 경계부가 만나고 있는 지점에서 추가적인 붕괴가 발생하여 방수포가 덮여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2023년 항공사진에서는 방수포가 덮여 있는 자리에 안정 공작물이 시공됨에 따라 붕괴를 억제하는 모습을 관측할 수 있었다. 또한 Line B는 앞서 언급한 땅밀림의 이상징후 중 지하수가 유출되는 위치와 거의 일치하였으며, 하단부 주택의 돌담 배부름 현상이 나타나는 위치와도 일치하였다.
땅밀림지 경계의 하단부 Line A는 상대적으로 지형습윤지수가 특이하게 높게 나타나 상단부에서 내려온 물이 이 라인에 모여 경계부의 일부 사면에서 땅밀림이 발생했음을 짐작할 수 있으며, Line A는 Line B와 연결되어 전체적인 사면의 집수량이 증대함을 파악할 수 있었다. 그러나 사면 내 계곡부가 존재하지 않아 물의 배출이 원활하지 않았으며, Line B는 사찰 뒤편 지하수 유출구와 주택 구역을 관통하므로 땅밀림 이상징후인 지하수 유출현상과 주택구역에서 돌담 밀림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계곡부가 명확히 파악되지 않는 사면은 명확한 물의 배출구가 없으므로 땅밀림에 취약한 지형임을 파악할 수 있었고, 이상징후가 나타나는 땅밀림 지역은 지형습윤지수를 분석함으로써 땅밀림 취약지점을 파악하는데 효과적일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결 론
본 연구는 진주시 미천면 반지리에서 발생한 땅밀림지를 대상으로 지질, 지형, 이상징후, 시추조사, 지형습윤지수 등 땅밀림 징후로 판단되는 몇 가지 분석을 통해 땅밀림 발생 특성을 분석하고, 효율적으로 땅밀림 위험지를 파악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이를 통해 땅밀림의 진행방향을 파악하여 추후 안전 대책을 강구하기 위한 대책수립 시 자료 제공이 가능할 것이다.
본 연구대상지의 지질은 땅밀림에 취약한 신생대, 중생대 백악기 경상누층군으로 쇄설성 퇴적암으로 나타났다. 쇄설성 퇴적암은 층리면이 잘 발달하고 암석이 호층으로 발달하므로 땅밀림에 취약한 지질이며, 땅밀림 뿐만 아니라 경상누층군에서의 타 산지재해를 고려할 필요성이 있다. 기반암으로 셰일이 존재하는 경우, 셰일의 암석 특성상 풍화 및 비화 현상이 발생하므로 땅밀림에 취약한 지질이다. 또한 다른 특성을 지닌 암석이 혼재된 경우 각 암석의 공극률, 물리적 특성, 화학적 풍화속도가 상이하므로 땅밀림에 취약한 지질임을 파악할 수 있었다. 특히 본 연구대상지와 같이 셰일과 사암이 협재된 지역에서는 사암이 나타나는 지층에 지하수를 배출하는 것이 핵심이므로 속도랑배수구와 같은 공작물을 설치하여 사면 안정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비정상적인 지하수 유출, 수목 휨 현상, 돌담 배부름 현상과 같이 땅밀림 이상징후가 발견될 경우, 즉시 지자체 신고를 통해 전문가의 자문과 동시에 사면 안정성 검토 여부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 특히 본 연구 대상지와 같이 이상징후가 다수 나타나는 땅밀림지에서는 이상징후의 방향성 측정을 통해 땅밀림 진행방향을 효율적으로 판정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인명 및 재산 피해가 우려되는 지역에 대해 신속한 조치와 대피가 가능하도록 관련된 연구를 고도화할 필요성이 있다.
본 연구지역의 지형습윤지수를 분석한 결과, 높은 지형습윤지수를 나타난 지점에서 땅밀림이 발생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해외 연구에 비해 우리나라에서 수행된 지형습윤지수 연구는 미미하여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땅밀림지의 지형습윤지수 기준값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 항공사진과 지형습윤지수의 중첩 분석를 통해 지형습윤지수가 높은 지역이 땅밀림이 발생한 결과, 지형습윤지수가 땅밀림에도 적용될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땅밀림지를 대상으로 지형습윤지수를 분석하여 기준값을 산정할 필요성이 있으며, 지형습윤지수와 땅밀림 간의 관계성에 대한 연구를 통해 땅밀림 위험지역을 예측하기 위한 하나의 요인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땅밀림지에서 지반의 기반암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시추조사가 필수적이며, 시추를 통한 지하수 심도와 지질과의 관계 및 지하수 흐름을 파악하여, 지표적인 부분에서의 이상징후와 지형, 지질, 지형습윤지수 등과의 종합적인 관계를 분석하여 땅밀림 진행방향 및 영향범위를 파악하여 효과적인 주민대피 및 복구대책 수립이 가능할 것으로 사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