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지하 심부에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이나 CO2 지중저장 시설과 같은 중요 시설물을 건설할 때는 방사성 핵종의 장기적 안정성과 격리 성능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고려사항이다. 이를 위해 암반의 지질학적 특성과 단열, 절리 등의 불연속면에 대한 종합적인 이해가 필수적이며, 특히 지하수 유동과 관련된 단열의 특성은 처분장 안전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단열은 지하 유체의 주요 이동 경로로 작용하며, 단열이 유체로 채워진 경우 그 충전물의 형태와 조성은 주변 지구조 환경과 밀접하게 관련된다(Yoshida et al., 2013; Yuguchi et al., 2017). 따라서 단열의 형태학적 특성과 분포는 암반 내 수리지질학적 거동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기본 자료이자,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부지 안전성 평가에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Ishibashi et al., 2016).
기존 연구에서는 주로 시추 코어를 이용한 단열의 통계적 분포 분석, 암반 품질 지수(rock quality designation, RQD) 평가, 또는 단층대 주변의 파쇄 특성 규명에 중점을 두어 왔다. 특히 단열의 형태학적 분류와 관련해서 개구성 단열(open fracture), 반개구성 단열(semi-open fracture), 폐쇄 단열(closed fracture)로 구분하는 3분류 체계가 널리 사용되었으며, 이는 단열 개방 정도와 유체 이동성 사이의 상관관계를 파악하는 데 효과적인 접근법으로 평가된다(Chae et al., 2001). 그러나 이러한 개방성 기반 분류 체계는 단열의 기원이나 구조적 특성, 파쇄 양상 등 지질공학적으로 중요한 요소들을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고, 단열의 형태와 분포를 심도별로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유체 유동 및 암반 안정성과 연계한 연구는 아직 미흡한 실정이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한국 중부 지역에 분포하는 복운모 화강암체에서 심도 1,000 m의 시추 코어를 확보하여 상세하게 분석하였다. 코어에서 확인된 단열들을 단일 열린 단열, 단일 닫힌 단열, 파쇄대, 단층대의 네 가지 유형으로 형태학적 분류하고, 이들의 심도별 분포 특성을 정량적으로 평가하였다. 이 분류 체계는 기존의 단열 개방성 위주 3분류 방식과 달리 단열의 구조적 기원과 파쇄 정도, 전단 변형의 유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도록 설계되었다.
따라서 본 연구의 목적은 단열의 형태학적 특성과 심도별 분포 양상을 규명하고, 이를 토대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설계 및 부지 선정 시 단열 구조가 미치는 영향을 예측하는 데 있다. 본 연구의 결과는 장기 지질학적 변화 시나리오를 고려한 안전성 평가 모델 구축을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될 수 있으며, 향후 지하연구시설의 정밀 설계와 공학적 방벽 배치 전략 수립에도 실질적으로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 질
조사지역의 남서부에는 시대미상의 화강암질 편마암이, 남부에는 시대미상의 녹니석 편암이 분포한다. 북부 지역에는 선캠브리아기에 형성된 호상편마암이 분포하며, 중심부에는 중생대에 관입한 복운모 화강암이 발달한다. 이 복운모 화강암은 앞서 언급된 암석들을 모두 관입하며 형성되었다(Fig. 1A; Park et al., 1977). 복운모 화강암의 주요 구성광물은 석영, 알칼리장석, 사장석, 흑운모이며, 백운모와 석류석이 부구성광물로 존재한다(Kim et al., 2004; Jo et al., 2018). 또한, 이 암체에는 렌즈상의 페그마타이트가 발달한 특징이 관찰된다.
복운모 화강암의 형성 연대와 관련하여, Jo et al.(2018)은 SHRIMP U-Pb 저어콘 분석을 통해 185.9 ± 1.7 Ma와 184.0 ± 1.1 Ma를 보고하였으며, Kim et al.(2011)은 스핀결정에 대한 TIMS U-Pb 분석으로 174.6 ± 2.5 Ma를 제시하였다. 이러한 결과들을 종합하면, 본 지역 암체의 형성 연대는 약 180 Ma로 추정된다. 또한, Kim et al.(2004)은 이 복운모 화강암이 sub-alkaline calc-alkaline 마그마 계열의 진화 경로를 따른다고 해석하였다.
단열 충전 광물과 관련하여, Kim et al.(2004)은 대전 화강암질 시추코어(심도 500 m)를 분석한 결과, 단열을 채우는 광물을 상대적 함량에 따라 방해석, 제올라이트, 일라이트, 녹염석, 녹니석, 카올리나이트로 분류하였다. 동일 지역의 지하처분연구시설에서 발달한 단열의 주구성 광물로 방해석이며, 석영, 철 산화물 및 돌로마이트 등이 부구성 광물로 소량 존재한다(Lee et al., 2006). Fig. 1B는 연구지역에서 채취한 코어 시료를 보여주며, 심도에 따른 절리의 차이는 확인되나, 전반적으로 절리가 크게 발달하지 않은 특성을 나타낸다.

Fig. 1.
(A) Geological map of the study area and (B) examples of drill cores (after Park et al., 1977).
방법론
본 연구는 한국 중부지역의 복운모 화강암체를 대상으로, 총 1,000 m 깊이의 시추 코어를 이용하여 단열의 형태학적 분류과 심도별 분포를 분석하였다. 시추는 지하 1,000 m까지 수행되었으며, 전 구간에 걸쳐 코어를 회수하여 분석에 활용하였다.
시추 코어에 발달한 단열을 육안 분석, 루페, 주사전자현미경(scanning electron microscope, SEM) 등을 기반으로 형태학적 특성에 따라 단일 열린 단열(single open fracture), 단일 닫힌 단열(single closed fracture), 파쇄대(fracture zone), 단층대(fault zone)로 분류하였다(Fig. 2). 단일 열린 단열은 공극이 존재하는 구조로 정의하였으며, 자형 광물(euhedral minerals)은 보조 지표로 활용하였다(Fig. 2a). 단일 닫힌 단열은 단열면이 밀착되어 있거나 단열 틈새가 광물로 충전되어 공극이 존재하지 않는 구조로 정의하였다(Fig. 2b). 파쇄대는 다수의 단열이 밀집되어 공극과 암편이 존재하는 경우를 의미하며(Fig. 2c), 단층대는 파쇄대와 유사하나 단층점토(fault gouge), 단층조선(slickenline)등 전단 운동의 증거가 확인되는 경우로 정의하였다(Fig. 2d).
단열의 특성에 대한 정량적 분석을 위해 심도별 단열 밀도, RQD, 평균 코어 길이, 단열 경사각을 분석하였다. 코어 길이는 코어 직경 중심점을 기준으로 단열 간격을 측정하였다. 단열 경사각은 직선형 단열의 경우 수평면을 기준으로 직접 측정하였고, 비직선형 단열은 최저점과 최고점을 연결한 직선의 기울기로 계산하였다. 이와 같은 분석을 통해 각 단열 유형의 분포 특성과 유체 이동 가능성, 파쇄대 및 단층의 발달 구간을 통계적으로 해석하였다.
결 과
단열분류
연구지역에서 채취한 시추 코어 시료는 형태학적으로 네 가지 단열 유형으로 분류되었다(Fig. 3). 이 분류를 바탕으로 단열의 유체 이동 경로(flow path)로서의 가능성을 분석하고, 단열 생성 메커니즘의 진화 과정을 해석하였다. 조사 결과, 모든 단열 유형이 확인되었으며, 각 유형의 특징을 아래에 기술하였다.
단일 열린 단열
단일 열린 단열은 주변에 파쇄대나 변형 구조가 수반되지 않은 단일 단열로 공극이 있는 구조로 정의하였다. 루페 및 주사전자현미경(SEM) 관찰 결과, 해당 단열 내부에는 자형(euhedral)으로 성장한 방해석(Fig. 4)과 황철석(Fig. 5)이 충전되어 있음이 확인되었다. 이러한 자형 광물의 존재는 단열 형성 후 빈 공간이 한동안 유지되면서 광물이 자유롭게 결정성장 할 수 있었음을 나타내며, 그 빈 공간이 지하수 흐름의 주요 통로로 기능하였음을 시사한다 (Doolaeghe et al., 2023). 주변 암반에 변형대가 수반되지 않은 이러한 단일 열린 단열은 비교적 최근의 지구조 운동에 의해 새롭게 형성되었거나 과거 단열이 재활성화된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
단일 닫힌 단열
단일 닫힌 단열은 단열 발달 이후 틈새가 광물로 충전되었거나, 단열면이 밀착되어 공극이 존재하지 않는 구조로 정의하였다. 시추 코어에서는 주로 단일 광물로 충전된 형태로 관찰되었으며(Fig. 6), 이는 지구조 운동이나 마그마 정체 과정에서 형성된 단열에 열수, 지하수, 또는 후기 마그마 활동에 의해 용액이 주입되어 광물이 틈새를 충전한 것으로 추정된다(Choo et al., 2012). 이 유형은 조사 지역의 다양한 심도에서 고르게 분포하였다.
파쇄대
파쇄대는 암편과 공극이 존재하는 형태로 정의하였으며, 주변 지구조 운동에 의해 형성된다(Fig. 7). 약 10개 구간에서 파쇄대가 확인되었으며, 대부분 심도 500 m 이상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났다. 반면, 심도 500 m 이내에서는 파쇄대가 드물게 관찰되었고, 파쇄대 내 단열은 주로 열린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단층대
단층대 단열은 단층점토(fault gouge), 단층조선(slickenline) 등 전단 운동의 증거가 동반된 단열로 정의하였다(Fig. 8). 파쇄대와 유사하게 광물 충전으로 닫힘 현상이 드물며, 충전 광물과 모암의 심한 변질 흔적이 관찰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단층대 단열은 최근 지구조 운동에 의해 형성된 것으로 추정되며, 지표수 또는 얕은 지하수의 이동 경로(flow path)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단열분석(물리적 특성)
단열 밀도
조사 지역의 시추 코어 전 구간을 5 m 간격으로 나누고, 각 구간 내의 단열 개수를 측정하여 단열 밀도를 아래 식 (1)과 같이 계산하였으며, 그 결과는 아래 Fig. 9에 제시되었다. 지표에서 약 15 m까지 단열 밀도가 높게 나타났으며, 이는 연구 지역의 풍화토층이 분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약 270 m에서 325 m 구간에서는 단열 밀도가 높은 값을 보이는데, 이는 해당심도에서 지구조운동의 결과로 생긴 파쇄대가 존재할 것으로 추정된다.
심도별 평균 단열 밀도는 100 m 단위로 구간별 평균값을 산정하였으며, 결과는 Fig. 10에 제시하였다. 그 결과, 지표에서 심도 400 m까지는 밀도가 증가하였으나, 심도 500 m에서 600 m까지 급격히 감소하였고 이후 약 5개/100 m를 유지하였다. 이는 심부로 갈수록 단열 발달이 감소하고 있음을 시사하며, 지반 구조적 안정성과도 연관될 수 있다.
RQD (rock quality designation)
아래 식 (2)와 같이 RQD는 총 시추 길이에 대한 채취된 코어 중 길이가 10 cm 이상인 코어들의 길이의 합의 백분율로 계산되었으며, 암질 품질을 정량적으로 평가하는 지표로 활용되었다.
심도에 따른 시추 코어의 RQD 분포 특성을 분석한 결과는 Fig. 11과 같다. 전반적으로 RQD는 양호한 값을 보였으나, 심도 50 m, 160 m, 270 m, 300 m, 350 m, 450 m 구간에서는 RQD 값이 50 이하로 낮게 나타났다. RQD는 코어 길이를 기준으로 계산되므로, 낮은 RQD값은 해당 구간에 파쇄대 또는 단층대가 존재할 가능성과 관련될 수 있다.
평균 코어 길이
평균 코어 길이는 RQD 자료를 기반으로 심도별 평균 코어 길이를 분석하였으며, 결과는 Fig. 12에 제시되었다. 일부 구간에서는 단열이 전혀 없는 반면, 평균 코어 길이가 수 cm인 구간도 확인되었다. 특히, 심도 260–500 m 구간에서는 평균 코어 길이가 30 cm 이하로 넓게 분포하며, 심도 600–650 m, 720–770 m, 850 m, 900 m, 960–970 m 구간에서는 20 cm 이하로 나타났다. 이는 해당 구간에서 연구 지역 주변의 지구조 운동에 의한 파쇄로 추정된다.
단열의 경사각
단열의 경사각은 단열의 기울기를 수평면 기준으로 측정하였으며, 이를 0–30°, 30–60°, 60–90° 세 구간으로 나누어 분석하였다. 전 구간에 대한 심도별 경사값 누적 분포는 Fig. 13에 나타냈다. 0–30° 경사 단열이 가장 많이 분포하며, 다음으로 30–60°, 60–90° 순으로 적게 나타났다. 60–90° 경사 단열의 낮은 분포는 수직 시추 특성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3가지 모두 심도 300 m에서 급격하게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으며, 이는 해당 구간에서 파쇄대가 존재한 결과로 생겼을 것으로 추정된다.
심도별 경사 구간 분포를 분석한 결과(Fig. 14), 0–30° 경사는 심도 50 m, 160 m, 300 m, 500 m, 830 m에서, 30–60° 경사는 심도 180 m, 320 m, 500 m, 580 m, 830 m에서, 60–90° 경사는 심도 180 m, 260 m, 350 m, 650 m, 980 m에서 특징적으로 증가하였다. 30–60°와 60–90° 경사 단열은 유사한 심도에서 비슷한 양상으로 분포했다. 지표에서 50 m까지 0–30° 경사가 우세하게 분포하고 있으며, 이는 화강암의 주된 절리인 판상절리일 것으로 추정된다.
토의 및 결론
본 연구에서는 복운모 화강암의 시추 코어를 대상으로 단열에 대한 형태학적 분류와 물리적 특성을 정량적으로 분석하였다. 단열을 형태에 따라 단일 열린 단열, 단일 닫힌 단열, 파쇄대, 단층대의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하고, 단열 생성 메커니즘의 진화 과정을 해석하였다. 단일 열린 단열에서는 자형 광물(방해석, 황철석)이 관찰되었고, 이는 비교적 최근의 지구조 운동에 따른 열수 작용으로 형성된 단열임을 시사한다. 단일 닫힌 단열은 광물 충전으로 유체 이동이 차단되어 있지만 장기적으로 재활성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단일 열린 단열, 파쇄대, 단층대와 같은 유형은 모두 단열면이 열린 구조로 유지하고 있어 유체의 흐름과 암반의 역학적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심도별 단열의 특성을 분석한 결과, 심도 약 300 m 부근에서 단열 밀도와 평균 단열 밀도가 특히 높고, RQD와 평균 단열 길이가 낮게 나타나는데, 이는 주변에 분포하고 있는 단층 등 지구조적인 영향으로 인한 국부적인 파쇄대 발달에 기인한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단열 경사각 분포는 주로 0–30° 경사 단열이 우세한 것으로 확인되었으며, 이러한 저경사 단열의 발달은 화강암체의 상부하중 제거 또는 냉각에 따른 수축 작용의 결과로 해석된다.
본 연구에서 확보된 화강암 내 단열의 형태와 공간 분포에 대한 정량적 자료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의 부지 설계 및 평가 단계에서 지질구조적 불연속면의 영향을 사전에 예측하고 설계에 반영할 수 있는 기초 정보를 제공한다. 이는 처분장 부지의 장기적 안정성을 유지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향후 연구에서는 단열망의 3차원 연결성과 수리지질학적 거동 특성을 반영한 정밀 모델링을 수행하여, 단열 분포와 특성이 처분 시스템의 장기 성능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통합적인 접근을 통해 처분장 부지의 장기 격리 성능을 한층 더 신뢰성 있게 예측함으로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 부지의 장기 안정성 확보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