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연구지역
연구방법
역사 지도 자료 구축
지형자료 구축
HEC-RAS 기반 정류 수리해석
연구결과
Steady Flow모델 수행 결과
1910년대 지형도의 공간 분석 결과
토 론
Stream Power Hotspot과 1910년대 제방 표기와의 공간적 관계
한국 하천정책 변화와 연구지역의 도시화 맥락
요약 및 결론
서 론
하천은 도시 형성과 공간 확장의 핵심 기반으로서, 단순한 자연 지형 요소를 넘어 교통·경제 활동의 축이자 지역사회 정착과 발달의 조건을 제공해왔다. 특히 한반도 남부 내륙 지역은 여름철 집중호우에 의한 반복적인 홍수 피해가 누적되어 왔으며, 이에 대응하기 위한 제방·둑과 같은 인공 구조물은 역사적으로 지역 치수의 핵심 장치로 기능해 왔다. 초기의 치수 방식은 자연 제방이나 소규모 제언 등 비교적 단순한 형태에 머물렀으나,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에 이르러 근대적 수문학 지식과 측량 기술이 도입되면서 보다 체계적인 하천 공학이 한반도 전역에 적용되기 시작하였다(Kwon, 2013).
일제강점기(1910–1945)는 이러한 근대 수리 기술이 제도적으로 도입된 시기로, 1:50,000 지형도 및 하천 개수도에는 제방이 명확히 구분되어 표기되어 있다. 제방은 규모에 따라 기호로 표기가 다르며, 이는 정량적 해석의 가능성의 틀을 제공한다. 이들 지도는 단순한 행정 자료를 넘어 당시 수리공학 기술 수준, 치수 기준, 하천 공간 계획의 공학적 판단을 보여주는 중요한 근대 지형자료다.
기존 한국 하천사 연구는 제방 설치 시기나 행정사·토목사적 맥락에 집중해 왔으나, 제방의 공간적 입지와 하천의 수리역학적 특성 간의 정량적 상관성을 검증한 연구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특히 일제강점기부터 제방 정비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진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당시 설치된 제방의 위치와 형식이 현대 수문 모델에서 나타나는 고유속·고전단응력·고에너지 구간과 일치하는지에 대한 실증 연구는 부재하다. 즉, 일제강점기 제방 배치가 실제로 하천의 수리적 hotspot을 포착했는지는 아직 확인된 적이 없다.
더 나아가, 본 연구의 대상지인 진주시 상평동–진양교 구간은 도시화가 급격히 진행된 근대 이후에도 반복적인 침수 피해가 발생하는 대표적 지역이다. 이 지역의 홍수 취약성 패턴이 과거 제방 부재 구간과 중첩되는지, 그리고 일제 강점기 제방 배치와 현대 홍수 리스크 사이에 역사적 연속성이 존재하는지 규명하는 것은, 과거의 공학적 판단을 평가하는 동시에 향후 도시 홍수 대응 전략을 설계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수 있다.
한국의 하천 조건에서 HEC-RAS (Hydrologic Engineering Center – River Analysis System) 기반 해석이 검증·활용되고 있으며(Shin et al., 2016), HEC-RAS 기반의 2차원 해석이 국지적 홍수 취약성 분석에 효과적임을 제시한 연구도 있다. 다양한 연구에서 1차원 모델과 1·2차원 연계 모형을 비교하였으며, 2차원 해석이 곡류부 외측 등에서 고수심·고유속 구간을 보다 정밀하게 반영한다고 보고하였다(Kim et al., 2012, 2013; Jun et al., 2013, 2018).
본 연구는 일제강점기 하천 지도에 나타난 제방의 위치와 형식을현대 수문 모델링 결과(HEC-RAS 6.7 정류해석)와 비교함으로써, 역사적 제방 배치의 수리역학적 타당성을 재평가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50년·80년·100년·200년 빈도유량 조건에서 산정된 하천 수위, 유속, stream power를 제방 위치와 공간적으로 중첩 분석하였다. 연구는 다음 세 가지 핵심 질문에 답하고자 한다.
(1) 일제강점기의 제방은 현대 수문 모델에서 나타나는 고에너지 구간과 공간적으로 일치하는가?
(2) 제방이 설치되지 않은 구간은 상대적으로 저에너지 특성을 보이는가?
(3) 상평동 일대의 현대 침수 취약 구간은 과거 제방 구간 및 현재 수리학적 고위험 지점과 중첩되는가?
이 연구는 역사 지도 자료와 현대 수리 모델링을 결합한 ‘역사 지형자료 기반 수문 리스크 평가(historical geomorphology-based hydrological risk assessment)’의 새로운 분석 틀을 제안한다. 이를 통해 ① 20세기 초 하천 관리 정책의 공학적 기초, ② 지역 개발에 영향을 준 지형·수리적 제약 요인, ③ 현대 홍수 리스크에 내재한 역사적 연속성을 통합적으로 조명하고자 한다.
연구지역
연구지역은 동북아시아 한반도 남부에 위치하며, 한국의 주요 하천계인 한강, 금강, 영산강, 낙동강 수계 중 낙동강에 유입되는 남강 유역에 해당한다. 연구 대상 구간은 남강 본류의 진주대교부터 상평교에 이르는 구간으로, 해당 구간은 진주시 도심부를 통과하며, 감입곡류 하천 형상을 보인다(Fig. 1). 진주대교에서 진양교 사이에는 곡류핵과 구하도가 확인되고 있으며, 진양교보다 하류부인 상평동 일대는 범람원과 충적평야로 이루어져 있다.
일제강점기 제작된 1:50,000 축척의 진주 및 사천 지형도에 나타난 남강 일대를 기반으로 한다. 지도에 따르면 연구 구간은 남강의 곡류부를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으며, 하천 연안을 따라 제방(levee)이 연속적으로 설치된 모습이 확인된다. 이는 해당 구역이 이미 20세기 초 홍수 대응 및 치수 체계가 구축된 공간이었음을 반영한다(Fig. 2). 특히, 지도상 민트색으로 제방구간을 기존 지도에 강조하여 표시하였는데, 이는 제방의 위치를 파악함과 동시에 원지도의 내용의 가독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색상을 조정하였다. 해당 지형도는 당시 상평동 일대는 도시화가 진행되지 않은 농경지 및 저습지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으며, 이는 하천의 범람 가능성과 자연적 수문 조건을 건천의 형태로 도식화하고 있다. 또한 남강을 횡단하는 주요 인프라는 진주 시가지를 연결하는 진주교가 유일하게 표기되어 있으며, 이는 교량 기반 하천 횡단 구조물이 매우 제한적이었던 시대적 기술·도시 발전 단계의 특성을 보여준다.

Fig. 2.
Historical topographic maps of the study area during the Japanese occupation. (a) Jinju Map sheet and (b) Sacheon Map sheet from the 1910s 1:50,000 topographic survey. Mint-colored lines indicate levees constructed along the Nam River. The map shows that urban development was concentrated around Jinju City, while the Sangpyeong-dong area remained largely agricultural and undeveloped. At the time, Jinjugyo was the only bridge crossing the Nam River within the mapped section.
연구방법
본 연구는 역사 지도 자료 구축, 현대 지형자료 기반 수문 모델링을 단계적으로 수행하였다. 연구 절차는 다음과 같다.
역사 지도 자료 구축
역사 지형자료는 국토지리정보원에서 제공하는 일제강점기에 제작된 지도를 활용하였다. 본 연구에 사용된 지형도는 1:50,000 지형도로서 연속 도엽 번호 체계가 확립되기 이전에 제작된 자료이므로 개별 도엽번호는 부여되어 있지 않았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지도 상단에 표기된 지명(사천, 진주 일대)을 기준으로 연구지역을 식별하고, 지리참조(georeferencing)를 통해 공간적으로 정합화하였다. 두 지형도는 연구 대상 지역을 기준으로 병합하였으며, 현대 수치표고모형(digital elevation model, DEM)과의 공간 정합성을 위해 지상기준점(ground control points, GCPs)을 이용하였다. GCP는 도로 교차점, 하천 합류부, 지형적 변곡 등 안정성이 높은 지형 요소를 우선하여 선정하였다. 좌표계는 DEM과 동일한 EPSG:5187 (KGD 2002 East Belt 2010)로 설정하였다. 지도상 제방은 범례에서 지정된 흙제방을 구분하였다.
지형자료 구축
본 연구에서는 국토지리정보원 국토정보플랫폼에서 제공하는 1:5,000 수치지도 자료를 사용하였다. 사용된 도엽번호는 35813013, 35813014, 35813015, 35813023, 35813024, 35813025, 35813033, 35813034, 35813035이며, 자료 기준 연도는 2024년이다. 해당 도엽에서 등고선과 표고점을 추출하였으며, ArcGIS Pro 환경에서 TIN (Triangulated Irregular Network)을 생성한 후 Raster DEM으로 변환하였다. DEM의 공간해상도(cell size)는 1 m로 설정하였다. 하천 구간 내 교량 및 인공 구조물에 해당하는 표고점은 DEM 구축 과정에서 제외하였다. 모든 공간 좌표계는 EPSG:5187 (KGD 2002 East Belt 2010)을 사용하였다.
HEC-RAS 기반 정류 수리해석
본 연구는 HEC-RAS 6.7 정류모델을 사용하여 수리역학 변수를 산정하였으며, 해당 접근법은 침수 영역의 정밀한 추정과 수리 에너지 집중구간 식별에 효과적이라는 기존 연구(Brunner, 2016; Afshari et al., 2018)를 기반으로 한다. 모델 적용 구간은 남강의 진주대교에서 상평교에 이르는 구간으로 설정하였다. HEC-RAS 수리모델링에 사용된 하천 기하학적 자료는 현대 수치지형도 기반으로 구축되었으며, 일제강점기 지형도는 제방의 역사적 배치와 상대적 위치 비교를 위한 참조 자료로 활용하였다. 유량 조건은 「남강 하천기본계획」(K-water, 2013)에서 제시된 50년, 80년, 100년, 200년 빈도 설계 홍수 수위를 입력하였다(Table 1). 분석은 정류(steady flow) 조건으로 수행하였다.
Table 1.
Estimated water surface elevation by flood frequency at surveyed cross-sections within the study area (K-water, 2013)
연구결과
Steady Flow모델 수행 결과
Water surface elevation 결과는 빈도에 따른 전반적인 수위 상승 경향이 확인되었으나, 공간적 분포 패턴은 모든 조건에서 유사하게 나타났다(Fig. 3). 50년 빈도에서 200년 빈도로 증가함에 따라 국지적인 수위 차이는 관찰되었지만, 하도 내 상대적인 고·저수위 구간은 동일한 위치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특히 진주교 상류 곡류부 외측과 하류부 곡류대에서 비교적 높은 수위가 형성되는 경향이 확인되었으며, 직선 형태의 하도 구간에서는 빈도 변화에 따른 수위 차이가 상대적으로 미미하였다. 빈도 증가에 따른 수위 상승은 주로 곡류부 외측에 집중되는 양상을 보였다. 반면, 하폭이 넓거나 곡률이 작은 구간에서는 흐름이 분산되며 수위 상승 폭이 제한적으로 나타났다.

Fig. 3.
Water surface elevation distribution under four flood frequency scenarios: (a) 50-year, (b) 80-year, (c) 100-year, and (d) 200-year return periods. All panels apply the same elevation scale (m) and symbology. Higher water levels are consistently observed along the outer bends of the meandering sections, while straight channel reaches show minimal variation between frequency scenarios.
Velocity 결과는 빈도 증가에 따른 유속 상승 경향이 일부 단면에서 확인되었으나, 전체 공간 패턴은 모든 조건에서 유사하게 나타났다(Fig. 4). 유속은 곡류 외측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으며, 직선 구간 또는 하폭이 넓은 구간에서는 비교적 낮은 값을 보였다. 이러한 경향은 50년 빈도 조건에서 이미 명확하게 나타났으며, 80년, 100년, 200년 빈도에서도 동일한 공간적 분포가 유지되었다. 곡류 외측에서 나타나는 높은 유속과 하류부 평탄 구간 및 하폭이 넓게 확장되는 지점에서는 유속 증가폭이 제한적으로 유지되는 현상으로 확인되었다. 홍수 빈도 증가에 따른 변화는 전구간에 걸쳐 변화가 거의 없다.

Fig. 4.
Velocity distribution under four flood frequency scenarios: (a) 50-year, (b) 80-year, (c) 100-year, and (d) 200-year return periods. All maps apply a consistent velocity scale (m/s). Higher flow velocities are concentrated along the outer bends of meandering reaches, whereas straight and wider channel sections exhibit lower velocities with minimal variation across scenarios.
Stream power 결과는 유량 조건 변화에 따라 값의 크기 차이는 존재하였으나, 공간적 분포 특성은 모든 빈도 조건에서 유사하게 나타났다(Fig. 5). 모든 시나리오에서 높은 stream power는 곡류 외측에 집중되었으며, 직선 구간 또는 하폭이 넓게 형성된 구간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값을 보였다. 50년 빈도 조건에서 이미 뚜렷한 hotspot이 나타났으며, 80년, 100년, 200년 빈도에서도 동일한 위치에서 지속적으로 확인되었다. 값의 증가는 빈도 상승에 따라 점진적으로 나타났으나, hotspot 지역의 공간적 이동이나 새롭게 형성되는 고에너지 구간은 확인되지 않았다.

Fig. 5.
Stream power distribution under four flood frequency scenarios: (a) 50-year, (b) 80-year, (c) 100-year, and (d) 200-year return periods. All maps use the same symbology and scale (W/m2). High stream power values are consistently concentrated along the outer bends of the meandering channel, while straight and wider reaches show lower values with limited variations across scenarios.
1910년대 지형도의 공간 분석 결과
본 연구에서는 1910년대 제작된 1:50,000 일제강점기 지형도(진주·사천 도엽)를 활용하여 HEC-RAS 결과와 과거 하천 지형 특성과의 비교 분석을 수행하였다. 이를 위해 사료 지도는 현대 지리 좌표체계와의 정합성을 확보하는 공간보정(georeferencing) 절차를 거쳤다. 좌표 기준계는 EPSG:5187 (KGD 2002 East Belt 2010)으로 설정하였으며, 기준 데이터로는 국토지리정보원(NGII)에서 제공하는 1:5,000 수치지도를 적용하였다. 보정 과정에서는 총 41개의 GCP를 수동으로 선정하였으며, 수준점·교량·하천 합류부·도로 교차점·능선형 등 시대 변화가 제한적이고 식별성이 높은 지형지물을 우선적으로 활용하였다. 변환 방식은 Affine Transformation을 적용하였으며, 스캔 원본의 픽셀 왜곡 최소화를 위해 Nearest Neighbor 방식으로 보간하였다. 최종 공간보정 결과 RMS 오차는 진주 도엽 0.000447 m, 사천 도엽 0.000320 m로 산정되었으며, 모든 GCP의 잔차는 보정 후 안정적인 수준으로 수렴하였다. 공간적 오차 분포 또한 연구지역 전반에서 균질하게 나타난다(Table 2). 또한 지리참조된 지형도는 현대 수치지도 기반 GIS 데이터(등고선, 표고점, 하천선형 등)와 시각적으로 비교한 결과, 도엽 간 스캔 품질 차이는 존재하나 전체적으로 공간적 일치도가 높게 나타났다(Fig. 6).
Table 2.
Summary of the georeferencing results for the 1910s Japanese 1:50,000 topographic maps (Jinju and Sacheon sheets)
| Item | Description |
| Dataset name | 1910s Japanese 1:50,000 topographic maps (Jinju & Sacheon sheets) |
| Spatial reference system | EPSG:5187 (KGD2002 East Belt 2010) |
| Original data format | Raster (scanned map, TIFF) |
| Number of ground control points (GCPs) | 41 |
| Reference dataset | 1:5,000 Digital topographic map (NGII, 2024) |
| Transformation method | Affine |
| Root mean square error (RMSE) | Jinju: 0.000447 m / Sacheon: 0.000320 cm |

Fig. 6.
Validation of spatial alignment between the georeferenced 1910s Japanese 1:50,000 topographic maps and modern GIS-derived spatial data. (a) The Jinju and Sacheon sheets after georeferencing to the KGD2002 East Belt 2010 coordinate system. (b) Overlay of extracted contour lines and benchmark points from the 1:5,000 digital topographic map on the historical base map, confirming spatial consistency suitable for subsequent hydrological and geomorphological analysis.
토 론
Stream Power Hotspot과 1910년대 제방 표기와의 공간적 관계
본 연구에서 수행된 HEC-RAS 기반 정류 수문 모델 결과는 일제강점기 지형도에 표기된 제방 분포와의 공간적 대응성을 제시하였다(Fig. 7). 이는 일제강점기 제방 분포와 현대 수문 모델링으로 도출된 Stream Power 분포를 공간적으로 대비한 결과이다. 본 연구에서 이러한 중첩은 특정 수리 변수가 제방 설치를 직접적으로 결정하였음을 의미하기보다는, 당시 하천 구간별 지형 조건과 에너지 분포를 고려한 치수 판단이 공간적으로 어떻게 반영되었는지를 파악하기 위한 해석적 틀로 활용되었다. 따라서 연구지역에서 확인되는 공간적 대응 관계는 인과관계라기보다, 근대 하천공학적 판단과 현대 수리 환경 간의 연속성을 탐색하기 위한 해석적 근거로 이해되어야 한다.

Fig. 7.
Spatial relationship between historical levees and modeled stream power distribution. (a) Levee segments mapped in the 1910s Japanese topographic sheet. (b) Stream power hotspot pattern derived from the 200-year flood simulation, showing strong spatial correspondence with levee placement in the historical map.
먼저, 제방이 설치된 위치는 현대 Stream Power 분석 결과에서 확인된 고에너지 하상 구간과 상대적으로 명확한 공간적 일치를 보였다. 특히 진주교–상평교로 이어지는 남강의 만곡 구간은 모든 빈도(50·80·100·200년) 조건에서 지속적으로 높은 Stream Power가 나타난 구간이며, 이는 1910년대 지형도에서도 제방이 끊기지 않고 연속적으로 표기된 지역과 대응한다. 이러한 결과는 제방 설치가 단순한 행정 기반 토목 구조물이 아니라, 곡류 외측 침식과 유량 집중이라는 하천 수리역학적 위험 요소를 인지한 상태에서 설계되었음을 시사한다.
둘째, 천수교 일대에서는 제방의 공간적 비대칭성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진주시 방향에 해당하는 하천의 좌안에서는 남강으로 유입되는 지류하천을 중심으로 일제강점기 지형도상에 제방이 높은 밀도로 축조된 것으로 표기되어 있다. 반면 우안에서는 구릉지 말단부에서 약 500 m 하류 구간부터 제방이 확인되며, 해당 제방은 표기 밀도와 규모 면에서 좌안 및 다른 구간의 제방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규모인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차이는 Stream Power 분포가 크게 다르지 않은 동일 구간 내에서도, 지형 조건, 지류 유입 등의 차이에 따라 제방 축조 전략이 선택적으로 적용되었음을 시사한다.
마지막으로, 상평동 일대는 남강 만곡부 말단에 위치한 하천의 공격사면에 해당하며, 남강 좌안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하천 에너지가 집중되는 구간이다. 일제강점기 지형도에서는 해당 구간에 연속적인 제방이 축조되지 않고, 오히려 홍수 시 하천수가 자연스럽게 월류하여 범람원의 배후습지를 가로질러 흐를 수 있도록 수로 형태의 치수 구조가 적용된 것이 특징적으로 나타난다. 이는 저에너지 구간에서 제방의 축조가 상대적으로 덜 조밀하게 이루어진 천수교 일대 우안의 불연속적 제방 분포와는 다른 양상으로, 해당 구간이 과거부터 하천 에너지 집중 구간이자 홍수 취약 지점으로 인지되고 있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공간은 전통적으로 적극적인 도시화가 이루어진 진주시가지와는 상이한 토지 이용 특성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현대에 들어 해당 구간에 제방이 축조되고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과거에는 허용되었던 범람과 에너지 분산 기능이 차단되었고, 그 결과 홍수 발생 시 물리적 피해 발생 가능성이 구조적으로 증대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본 연구의 결과는 1910년대 제방 배치가 하천의 물리적 에너지 분포를 정밀하게 반영한 계획적 구조물이었음을 보여주며, 동시에 과거 수리환경과 현대 홍수 취약성 간의 역사적 연속성과 구조적 변화를 동시에 보여준다. 이러한 결과는 역사 지형자료가 단순한 기록물 또는 지도 기반 참고자료를 넘어, 현대 홍수 위험 평가와 도시 수리계획 검토 과정에서 활용 가능한 과학적 증거자료로 기능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 하천정책 변화와 연구지역의 도시화 맥락
한국의 하천개발 정책은 시대별 국가 목표, 기술 수준, 치수 개념의 변화에 따라 단계적으로 전환되어 왔다(Kwon, 2007; Park and Lee, 2013; Lee, 2019). 이러한 정책 변화는 단순한 홍수 대비 차원을 넘어, 하천을 어떻게 관리하고 도시와 공간 구조 속에 통합했는가를 보여주는 사회·기술적 흐름으로 이해될 수 있다. 본 연구지역인 상평동 일대의 도시 형성과 이용 방식 역시 이러한 정책적 변화를 반영하며, 하천공학의 발전과 도시 토지 이용체계의 전환이 직결되어 나타난 사례 중 하나이다.
1940년대 이전까지 남강 유역의 국지적 정착 및 토지 이용은 하천의 자연적 수문 조건에 크게 영향을 받았으며, Stream Power hotspot으로 확인된 구간은 전통적으로 경작지 또는 범람 가능성이 높은 저지대로 활용되었다. 이는 Fig. 7에서 확인되는 것처럼 곡류 외측·수로 협착 등 침식력이 집중되는 지형 조건이 존재했고, 이러한 공간적 특성은 정착·근린·도로망 형성보다 수전 및 농경 이용에 더 적합한 환경을 제공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1960–1990년대 국가 주도 경제개발기에는 제방 고도화, 하천 직강화, 택지 개발 및 도로 기반 확충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지면서 해당 지역의 토지 이용 특성이 변화하였다. 특히 당시의 적극적 하천정비 정책은 과거 범람원 또는 퇴적지로 남겨졌던 공간을 개발 가능한 공간으로 변화한 것으로 파악되었다.
1970년대 이전 상평동 일대는 남강 본류에서 분기한 작은 지류가 일시적으로 흐르던 분류 하도(distributary channel)이자 배후습지(back swamp) 지형이었다. 당시 주민들이 남강을 ‘뒷강’, 상평동 가로지르는 지류를 ‘앞강’이라 불렀고 홍수 시 상평동이 섬처럼 고립되었다는 기록은, 본 연구의 Stream Power hotspot이 단순한 모델링 결과가 아니라 실제 하천의 에너지가 집중되던 물리적 통로였음을 뒷받침한다(Lee, 2024). 1970년대 이후 상평동 일대는 인위적 지형 개조와 도시화가 진행되었다. 1968년 시작된 상평1차지구 토지구획정리사업과 1969년 남강댐 준공은 이러한 수리 환경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미개발된 범람원과 백사장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매립이 진행되었으며, 과거 지류가 흐르던 저지대에는 중앙배수로(도동천)가 설치되어 자연 하천으로서의 성격을 상실하였다. 특히 1980년대 이후 하수처리 방식의 변화와 함께 해당 배수로가 복개(覆蓋)되었다(Lee, 2024). 그로 인하여 과거의 고에너지 수로 지형은 도시 경관 아래로 은폐되었다.
이러한 지형 변화는 과거 하천 에너지의 분산 통로였던 공간을 시가지로 강제 전환시켰으나, 지형적 저지성(topographic depression)이라는 본질적 취약성은 유지된 채 불투수층만 급증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강댐 준공과 함께 축조된 상평방수제(상평1제)는 범람원을 하천으로부터 물리적으로 격리함으로써, 해당 지역이 대규모 주거지 및 산업단지로 기능할 수 있는 최소한의 수문학적 안전성을 확보해주었다. 즉, 현대적 제방 시스템은 자연 지형의 한계를 극복하고 도시 공간을 확장하려 했던 하천공학적 노력의 산물이자, 상평동이 진주의 핵심 경제 거점으로 변모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사회기술적 기반이 되었다. 결과적으로 상평동 일대의 반복적인 침수 사례는, 인위적으로 조정된 수문 조건 위에 잔존하는 지형적 위험 요인이 중첩되며 형성된 구조적 모순의 결과로 해석된다.
이러한 제방 중심의 치수 대책은 과거 하천의 지류 하도가 존재했던 저지대 공간을 현대적 시가지로 편입시키는 결정적인 사회기술적 기반이 되었으며, 이를 통해 상평동은 진주시의 핵심적인 경제 거점이자 주거 입지로 변모할 수 있었다. 즉, 본 연구에서 확인된 Stream Power hotspot 구간에 집중된 현대적 제방 시스템은, 자연 지형의 한계를 극복하고 도시 공간을 확장하려 했던 근대 하천공학적 노력의 산물이자 주거지 입지를 가능케 한 핵심 기제로 평가될 수 있다.
2000년대 이후 하천정책은 단순한 방재 중심에서 생태, 경관, 친수자원 활용, 도시재생 개념을 포함하는 통합적 관리 방향으로 전환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 변화에도 불구하고 연구지역은 여전히 과거부터 일관되게 확인된 수리학적 고위험 지점을 포함하고 있어, 도시화 이후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침수 사례와 공간적 중첩성을 보인다. 이는 본 연구에서 확인된 Stream Power hotspot 위치와 도시화 이후 토지 이용 패턴 간의 연속성이 존재함을 의미하며, 상평동 일대 도시조성 과정이 자연 지형 기반 정착의 결과가 아니라, 수문 조건이 인위적으로 조정된 이후 가능한 형태의 공간 확장 과정이었다는 점을 시사한다.
요약 및 결론
본 연구는 일제강점기(1910년대) 지형도에 기록된 제방 배치와 현대 수문 모델링(HEC-RAS 6.7 정류해석) 결과를 비교하여, 역사적 치수 계획의 공학적 타당성을 정량적으로 검토하였다. 연구 대상은 진주대교–상평교 구간의 남강이며, 50·80·100·200년 빈도 유량 조건에서 수위, 유속, Stream Power를 산정하여 과거 제방 분포와 중첩 분석하였다.
모델 결과, Stream Power의 공간 패턴은 모든 빈도 조건에서 유사하게 반복되었고, 특히 곡류 외측에서 고에너지가 집중되는 양상이 확인되었다. 이러한 고에너지 구간은 1910년대 지도에 표기된 제방 연속 구간과 높은 일치를 보여, 당시 제방 배치가 하천의 수리 역학적 hotspot을 반영했음을 시사한다. 반면, 제방이 설치되지 않았던 천수교–상평동 구간은 저에너지 특성을 나타내며, 이는 농경지·범람원 활용이라는 역사적 지형 배경과 부합하였다.
상평동 일대는 현재 반복적인 침수 피해가 보고되는 지역으로, 과거 제방 부재 구간과 현대 Stream Power hotspot 일부가 중첩되는 결과가 확인되었다. 이는 원래 저에너지 범람지였던 공간이 도시 개발, 하천 직선화, 제방 재조정 등 인위적 개입을 통해 잠재적 홍수 위험지대로 재구조화된 사례로 해석된다.
따라서 본 연구는 역사 지도 자료가 단순한 기록물이 아니라, 현대 홍수 리스크 평가와 도시계획 검토 과정에서 활용 가능한 수문학적 자료임을 제시한다. 이는 역사 지형자료와 수문 모델링을 결합한 ‘역사 지형학 기반 홍수 취약성 분석’의 가능성을 제시할 뿐 아니라, 남강 전 유역 및 다른 한국의 하천정비 정책 변천과 수리환경 변화의 장기적 연속성을 연결하는 분석 틀을 제공할 수 있다.
다만 본 연구는 정류 기반 해석에 한정되었으며, 제방 단면 특성, 홍수터 거동, 비정류 조건에서의 범람 패턴은 고려되지 않았다. 향후 연구에서는 비정류 해석, Manning n의 공간별 보정, 홍수빈도–토지이용 변화 연계 모델링, LiDAR 기반 미세지형 분석 등이 필요하다. 본 연구를 기반으로 향후 홍수 대응 전략, 도시하천 복원, 재해취약지역 관리 정책 수립 등 다양한 기초자료로 활용 될 수 있다는 점에 주요한 시사점을 둔다.



